아시안컵 4강 탈락과 일명 ‘탁구게이트’ 파동 이후 전격 경질된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떠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55) 전 수석코치가 모국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에 기고한 글에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린 말로 질타를 받고 있다.
헤어초크는 “중요한 경기 전날 저녁 톱스타 손흥민과 이강인이 드잡이하며 팀내 세대갈등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감정적인 몸싸움은 당연히 팀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그는 “훈련장에서만 봤지 식당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우리가 수 개월 힘들게 쌓아올린 모든 게 몇 분만에 박살났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손흥민과 이강인은 아시안컵 4강전인 요르단전 전날(6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손흥민은 식사 자리를 단합의 장으로 생각한 반면, 이강인 등 젊은 선수들은 식사를 일찍 마친 뒤 탁구를 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
손흥민이 면전에서 모욕감을 느낄 만한 말을 한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거나 이에 격분한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강인은 SNS에서 손흥민과의 ‘언쟁’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변호사를 통한 입장문을 통해 “손흥민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축구 관계자, 기자,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분석 및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인으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 가운데 하나가 헤어초크가 언급한 것과 같은 ‘세대갈등’이다.
대표팀 훈련장에서부터 세대별 세 그룹으로 나뉘어 늘 연습이 이뤄지는 등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목격담부터 식사-휴식시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 각기 다른 세대 선수들의 개성을 적절히 통제할 감독-코치의 규율이 부재했다는 이유가 나왔다. 일리 있는 평가다.
과거 어느 대표팀에도 서로 다른 세대가 모여 있었다. 박지성이 주장일땐 기성용-구자철-이청용이, 기성용이 주장일 땐 손흥민이 ‘영건’으로 존재했다. 구세대에게 튀는 사고와 행동의 신세대는 ‘라떼’를 유발하게 되는 존재들이다. 자연스레 공감이 잘 이뤄지고 편한 또래끼리 자주 어울리게 된다. 타 종목 심지어 일반 직장이나 조직에서 흔히 보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후배(막내급)가 선배(주장)를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들이받은’ 사례를 본 기억은 별반 없다. 더욱이 그들이 소속된 곳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모인 국대팀이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은 말이 좋아 ‘좀비 축구’지 연이어 한수 아래인 상대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다 연장 끝에 역전을 하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감독의 무전술과 주전 선수들의 체력 고갈, 이로 인해 정교한 호흡이 구현되지 않는 위기 상황이었다. 더욱이 64년만의 우승으로 가는 관문인 4강전을 앞둔 전야였다. 주장, 고참급 선수뿐만 아니라 신참들 모두 긴장하고 집중해야할 모먼트였다.
그런데 주장의 ‘업무’ 관련 요구(팀 결속-체력비축-경기 준비)에 이렇게 대놓고 반기를 들어 몸싸움 상황까지 간 것은 세대간 갈등,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지 않을까.
세대 및 문화차이라면 EPL 토트넘에서 캡틴 손흥민-어린 선수들간 반목을 자주 접했을 텐데 찾기조차 힘들다. 협회와 스태프가 만든 세부적인 규율이 절대 필요하지만 설령 부재했다 하더라도 주장이 말한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절제했다면 파행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치 잘하고 공 잘차기에 앞서 선후배는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잠깐 떴다고 싸가지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팀워크를 해치게 돼 대표팀의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며 “더구나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에서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퇴출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다소 꼰대 같은 화법이지만 핵심은 동의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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