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이 유스케 감독 데뷔작…’키네마준보 베스트 10′ 4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숲길을 걷다가 도롱뇽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어른은 무심코 눈을 딴 데로 돌리거나 징그럽게 여기고 지나가겠지만, 아이는 진귀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얼굴을 들이대고 관찰한다.
일본의 신예 감독 모리이 유스케(39)의 영화 ‘여기는 아미코’의 카메라도 그렇게 한다. 도롱뇽이 꼬물거리는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카메라는 주인공 아미코(오사와 가나 분)의 시선을 충실히 따른다.
아미코는 일본 히로시마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조금 엉뚱한 면이 있긴 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다. 가족으론 아빠(이우라 아라타)와 엄마(오노 마치코), 몇 년 터울의 오빠가 있다.
‘여기는 아미코’는 아미코가 집과 학교에서 겪게 되는 일을 그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미코의 눈과 귀에 들어오는 걸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관객은 어른이 보고 듣는 것과 아이가 보고 듣는 게 확연히 다르단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왜 숙제를 안 하고 놀기만 하냐며 엄마가 다그칠 때 아미코에겐 그 말은 잘 안 들리고 엄마 턱의 커다란 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그 점을 보여준다.
집안일로 고민 많은 아빠가 어느 날 밤 아미코를 불러 앉혀 놓고 뭔가 속 깊은 얘기를 꺼내려고 할 땐 갑자기 밖에서 날아든 커다란 벌레가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 순간 아미코의 관심도 벌레에 쏠려 있다.
영화는 아미코가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상상하는 것도 보여준다. 아미코가 귀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애쓸 땐 무덤에서 나온 듯한 유령들의 춤과 노래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관객은 아미코가 겪게 되는 사건의 내막을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자기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한 아미코의 생각과 느낌도 비슷할 것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잠시나마 아이로 돌아가 아미코의 눈과 귀로 세상을 체험해보는 게 좋은 감상 방법일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의 세계를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문득 슬퍼질지도 모른다.
2008년 영화계에 입문해 조감독으로 일해온 모리이 감독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키네마준보 베스트 10’에서 4위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제5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아역배우 오사와 가나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오사와는 330여명이 참가한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모리이 감독은 20대에 이 소설을 읽고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오바 이치코가 음악을 맡은 ‘여기는 아미코’는 제77회 마이니치신문 영화상에선 사운드트랙상을 받았다.
28일 개봉. 104분. 전체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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