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투어스 등 데뷔 1년 미만 신인 인기몰이
“세계관 장벽 낮춰 대중 겨냥”…’숏폼’ 유행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주로 걸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 최근 몇몇 신인 보이그룹이 눈에 띈다.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을 내세운 이들은 꾸준히 순위를 쌓아 올리며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12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SM 신인 그룹 라이즈(RIIZE)의 싱글 ‘러브 119′(Love 119)는 최근 멜론 주간 차트(1월 29일~2월 4일) 6위에 올랐다.
공개 첫 주 22위로 진입해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3주 차에 아이브의 ‘배디'(Baddie), 4주 차에 에스파의 ‘드라마'(Drama)를 제치며 데뷔 1년 미만 보이그룹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주목되는 건 ‘러브 119’가 작년부터 보이그룹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이지 리스닝 음악의 전형이라는 점이다.
이지 리스닝 음악은 직관적인 가사와 익숙한 신스(synth·신시사이저), 선명한 구조, 대중 지향적인 멜로디 등이 특징이다.
‘러브 119’는 첫사랑의 감정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가져왔고, 피아노 리프와 드럼 라인도 처음부터 끝까지 튀는 데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특히 음원 도입부에 밴드 이지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한 구간을 배치해 다양한 연령대의 청자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라이즈의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도 비슷한 특징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 곡은 발매 이후 멜론 ‘톱 100’ 12위까지 올랐고, 최근까지도 20위권 안에서 오르내리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독자 장르 ‘보이후드 팝'(Boyhood Pop)을 앞세워 데뷔한 투어스(TWS)의 화력도 기대할 만하다.
이들의 첫 미니음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친근한 콘셉트로 발매 후 약 2주 만에 멜론 주간 차트 61위에 올랐고, ‘톱100’ 차트 10위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 곡 역시 새 학기 첫 등교의 설렘과 긴장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단순한 멜로디로 풀어낸 이지 리스닝 음악이다.
지난해 주목받은 다른 신인 보이그룹의 면면을 봐도 그 배경에는 이지 리스닝이 깔려있다.
작년 5월 데뷔한 보이넥스트도어는 팀명에서부터 ‘옆집 소년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을 강조한 콘셉트를 가져왔다.
‘5세대 기대주’로 불리며 7월 데뷔한 제로베이스원 또한 청춘이라는 흔한 소재와 뚜렷한 기승전결이 특징인 음악을 내세웠다.
Z세대 사이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 플레이브 역시 이지 리스닝 음악을 메인으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가요계는 그간 방대한 세계관에 중점을 뒀던 보이그룹이 대중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채택한 이지 리스닝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보이그룹 시장이 한동안 코어 팬덤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진입 장벽이 높았다”며 “걸그룹의 선전 속에 보이그룹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시기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지 리스닝이 돌파구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숏폼'(짧은 영상)을 주로 소비하는 추세가 이지 리스닝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짧은 챌린지 영상에 꼭 들어맞는 강렬한 멜로디와 캐치(catchy)한 안무가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의미한 음원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라이즈와 투어스 모두 데뷔 10여일 만에 틱톡 콘텐츠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넘기는 등 숏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성공하는 그룹은 반드시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서사가 있다”며 “최근 신인들은 아직 하고 싶은 음악과 비전, 메시지 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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