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손석구·이희준 주연 넷플릭스 신작…판타지·추리극·누아르의 재미 버무려 만들어낸 시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서준, 준혁, 윤석, 주원. 평범한 이름들을 놔두고 부모는 그의 이름을 ‘이탕'(최우식 분)이라고 지었다.
순한 인상 때문에 안 그래도 만만해 보이는데, 독특한 이름은 평생 좋은 놀림거리로 그를 따라다녔다. 학창 시절에는 교실 뒤편도 아닌 앞편에서 맞는 ‘찐따’로 살았고, 대학생이 되고 난 후에도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서 노력해보겠다는 의지도 도통 생기지를 않는다.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다른 인생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던 무기력한 대학생 이탕이 특별한 능력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늘 당하고, 참기만 하던 이탕이 처음으로 반격을 선택한 날,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무례한 취객의 등 뒤에 대고 가운뎃손가락을 올렸고, 하필 그걸 봐버리고 주먹까지 날리기 시작한 그를 가방 속에 있던 망치로 내려쳤다.
이탕은 그렇게 살인자가 돼버리고, 바라던 대로 인생은 ‘스펙타클’ 해진다.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로 살인의 증거는 전부 사라져버렸고, 그가 죽인 남자는 알고 보니 12년 동안 지명 수배가 내려졌던 ‘죽어 마땅한’ 연쇄 살인마였다.
이탕의 그다음, 다다음 살인도 마찬가지였다. 악인 감별 능력 때문인지 우발적으로 죽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만든 법망을 피해 간 흉악범들이었고, 그의 죄를 입증할 모든 증거는 사라진다.
살인을 거듭할수록 그의 죄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단죄자’ 이탕과 그가 처단하는 악인들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다크히어로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요즘 장르물에서 흔히 보이는 구성이다. 그러나 ‘살인자ㅇ난감’은 수동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이탕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감별해 죽이지만, 그 능력이 우연인지 진짜인지 본인도 확신하지 못한다. 순수한 선의와 절대적인 정의로 악인들을 심판하는 여느 히어로물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이탕은 어쩌다가 일어난 일들에 휘말려 살인을 이어가는데,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면의 딜레마는 점점 커져만 간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촘촘한 서사를 속도감 있게 풀어내며 몰입감을 높인다.
이탕 외에도 본능적인 직감으로 수사하는 형사 장난감, 비틀린 신념을 가진 전직 형사 송촌(이희준) 등의 인물들이 각각의 시점으로 사건을 쫓아간다.
“작품에 나오는 세 캐릭터가 서로 다른 장르를 보여준다”는 이창희 감독의 말처럼 이탕과 노빈은 판타지 히어로물 장르의 재미를 구현하고, 장난감은 추리극의 재미를, 송촌은 누아르의 매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작품에 힘을 싣는다. 특히 특수 분장으로 파격 변신한 이희준의 묵직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몽타주와 슬로우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완성한 액션 장면과 시간의 흐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도 보는 재미를 높인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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