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일회성 아닌 부진 탈출 시작”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작년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CJ ENM[035760]이 하반기에는 두 분기 연속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올해 더 개선된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콘텐츠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CJ ENM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46억원을 기록해 이 회사의 전신인 CJ오쇼핑과 CJ E&M이 2018년 합병한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4조3천684억원을 기록한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8.8%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CJ ENM이 예상보다 빠르게 부진에서 탈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작년 1·2분기 부진의 늪이 컸던 만큼 연간 실적 부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부진을 떨쳐냈기 때문이다.
CJ ENM은 작년 1분기에 503억원, 2분기에 3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두 분기 모두 시장에선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를 깨고 적자를 냈다. 1분기에는 티빙 등 미디어플랫폼 부문이 343억원으로 가장 큰 손실을 냈고, 2분기에는 영화·드라마 부문이 31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더 문’과 ‘외계+인’ 1부 등 CJ ENM이 배급한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고, tvN이 방송한 드라마 대부분의 시청률이 저조했다. 미국 작가 파업 여파로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유통이 막히는 악재도 있었다.
거듭된 실적 부진 때문에 작년 말에는 ‘tvN이 구조조정으로 100명 이상을 감원했다’는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유통되는 등 위기설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숨통이 트였다. 작년 3분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와 달리 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5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특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침체가 시작됐던 2022년 4분기(66억원)와 비교하면 787.7% 급증했고, 일회성 비용 때문에 부진했던 2021년 4분기(296억원)보다도 크게 개선된 성적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영화·드라마 부문은 4분기에도 여전히 영업손실 53억원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분야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가장 효자 노릇을 한 사업은 음악 부문으로, 4분기 영업이익 354억원이었다. CJ ENM은 이 같은 성적을 두고 “자체 아티스트의 선전과 라이브 투어, 콘서트 확대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4분기 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티빙이 작년 하반기에 드라마 ‘운수 오진 날’과 ‘이재, 곧 죽습니다’가 연달아 호평받고 해외 콘텐츠 판매도 순조로웠던 결과다.
이 같은 CJ ENM의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 주가를 높였다. 실적 발표 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 중 13곳이 목표 주가를 올렸고, 나머지 1곳도 현 주가보다 높은 목표주가 10만원을 종전대로 유지했다.
증권사들은 CJ ENM의 4분기 실적이 일회성이 아닌 부진 탈출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앞으로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이익 개선과 영업 정상화를 언급하며 “그간 이 회사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부담이었던 자회사들의 유의미한 턴어라운드(실적 반등)가 이익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이현지 연구원도 “올해는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며 실적도 주가도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국증권 황성진 연구원은 “올해 이익 턴어라운드 기조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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