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스타들은 화려한 모습으로 우여곡절 역시 없을 것만 같지만, 그들은 종종 인터뷰나 콘텐츠를 통해 슬럼프(slump)나 번아웃(burnout)을 극복한 일화를 언급하고는 한다. 잠시 주저앉고 넘어진 이후에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순간들에 대해서 말이다.
최근 친한 지인들이나 짧은 유튜브 콘텐츠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향이 늘면서 그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보고 최근 근황을 물어보며 부담 없이 대중들과 대화하는 일종의 소통 창구가 되는 듯하다.
◆ 이동욱, 드라마 ‘라이프’ 연기 혹평에 “더 이상 연기를 못 하겠더라. 이민 가려고도”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라이브 방송에는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감독 이권, 노규엽)의 배우 이동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나영석 PD와 대화하며 시청자들의 댓글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에서 이동욱은 데뷔 초 모델 학원에 다녔지만 어쩌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는 에피소드와 ‘학교’ 시리즈에 캐스팅되며 자만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동욱은 2018년 방송된 JTBC 드라마 ‘라이프’의 낮은 시청률과 혹평을 언급하며 “처음 말하는데 드라마 ‘라이프’ 직후 심하게 슬럼프가 왔다. 한 달 정도 집 밖을 안 나갔다. 내 성에 안 찬 연기와 작품과 저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와 지탄의 대상이 돼서 개인적인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에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민 가려고도 했다. 그때가 37살 때쯤이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시 ‘라이프’는 ‘비밀의 숲’으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으로 조승우, 유재명, 이규형 등의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다.
이어 “이 작품이 안된 게 나 때문인 것 같고 내가 안 했다면 더 잘됐을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때 공유 형이 집 밖으로 날 끌어내 줬다. 내가 힘든 이야기 먼저 할까 봐 걱정됐는데 공유 형이 한마디도 안 하더라. 그냥 일상 대화를 받아주는 공유 형을 보면서 ‘나의 진짜 세상은 바로 여기였구나’라는 생각에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라며 힘들었던 시절을 극복하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 김서형, 끝없는 작품 활동 “연달아서 몇 작품씩 하니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
2023년 ENA 드라마 ‘종이달’과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에 출연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바쁜 한 해를 보냈던 배우 김서형. 특히 ‘비닐하우스’로 제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32회 부일영화상, 제43회 황금촬영상, 제59회 대종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TEO’의 ‘살롱드립2’에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홍보차 출연한 김서형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부터 ‘종이달’의 원작을 보고 전부터 꼭 하고 싶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1996년 KBS 16기 출신으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서형은 연달아 작품을 하면서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김서형은 “일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여러 작품보다 한 작품을 열심히 하고 싶어 최대한 노력과 성실도를 두는 편인데 연달아 작품을 하니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이 빠진 것 같다 내가 내 기에 빨린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MC 장도연은 “작품마다 다른 인생을 살지 않냐”라고 물었고, 김서형은 “캐릭터로 살 수 있는데 몸은 하나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소진된다. 욕심 때문에 나 자신을 못 챙긴 거 같다. 나 왜 이러지? 아픈가 싶어 근래 좀 무섭더라. 다행히 지금은 회복력이 좀 생긴 것 같다”라고 번아웃을 극복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 임수정의 탐구 “배우 임수정은 알 것 같은데 인간 임수정은 모르겠더라”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해 쉴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임수정은 작년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의 홍보차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30대 초반 슬럼프를 겪었던 일화와 함께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한다고 말해 크게 화제가 됐다. 지난 2023년 11월 15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출연한 임수정은 자신의 22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경험과 배우 송강호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일화, 배우로 데뷔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특히 임수정은 20대 초반, 너무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30대 초반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일화를 언급했다. 임수정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를 하면서 꿈꾸던 순간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목표를 상실한 느낌이 오더라. 나를 돌보기보다 계속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직진만 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배우 임수정은 나도 알 것 같은데 인간 임수정은 모르겠더라. 그래서 30대 때는 일을 줄이고 일과 개인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단단해졌다”라며 연기를 대하는 자신만의 방식과 변화 지점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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