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는 밥상을 따로 차렸고, 그래미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 시상식에서 왕따로 전락할 위기에 닥친 K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0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2023 BBMA)는 우리 K팝 그룹들을 전체 부문 시상에서 배제하는 한편, 4개 부문 K팝 부문을 신설하며 밥상을 따로 차렸다.
당시 그룹 방탄소년단 지민이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의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가 전체 부문 ‘톱 셀링 송’, 뉴진스는 ‘톱 빌보드 글로벌(미국제외) 아티스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결국 수상은 불발됐다.
대신 신설된 4개의 K팝 부문에서만 수상자가 나왔다. 그룹 블랙핑크, 뉴진스, 방탄소년단 정국, 스트레이 키즈가 그 주인공. 블랙핑크는 ‘K팝 투어링 아티스트’, 뉴진스는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정국은 ‘톱 글로벌 K팝 송’, 스트레이 키즈가 ‘톱 K팝 앨범’ 수상했다.
전체 부문이 아닌 K팝 카테고리에 가둔 시상과 수상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K팝의 위상을 인정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따로 밥상을 차린 셈이기 때문. 이에 따라 매해 빌보드 어워드에서 K팝 아티스트의 수상은 확실시 됐으나, K팝이 아닌 미국 아티스트와 겨루는 것은 제한될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그래미 어워드는 K팝을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 66회 그래미 어워드’는 K팝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K팝 아티스트를 후보에도 올리지 않으며 배제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제63회부터 제65회까지 3년 연속 노미네이트에는 성공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번 제66회 시상식에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각각 자신의 솔로곡을 출품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방탄소년단이 넘지 못한 유일한 시상식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트로피를 획득한 바 있다. 이른바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그래미 어워드’ 수상이 남아 있다.
국내 아티스트 중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1993년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 부문 수상했고,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사이드미러코리아 대표가 2012년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기술, 2016년 베스트 합창 퍼포먼스 부문 등 두 차례 수상했다. 이어 2021년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클래식 부문 최우수 기악 솔로 부문 트로피를 받았다. 다만, K팝 가수 중 그래미 트로피를 손에 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은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그는 정규 10집 ‘미드나잇'(Midnights)을 통해 그래미 어워드의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상’을 무려 4번째 수상하며 사상 최초의 신기록을 썼다. 이날 테일러 스위프트는 베스트 팝 보컬 앨범상도 손에 쥐며 2관왕을 기쁨을 누렸다.
이에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해 팝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음악 시장에서 여자 솔로 아티스트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 음반 판매량 1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래미 어워드의 신기록을 세운 가운데, 힙합 가수 제이지는 백인 아티스트를 우대하는 그래미 어워드를 작심 비판해 눈길을 모았다. 제이지는 ‘화이트 그래미’로 인해 과거 자신과 아티스트들의 보이콧이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공정한 수상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사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이지는 아내인 가수 비욘세가 그래미 최다 수상자이지만, 단 한번도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어떤 사람은 상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강조했다. “제가 긴장하면 사실만 말하는 버릇이 있다”고 농담을 친 제이지는 “그래도 결과와 상관 없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상을 탈 때까지 계속 나타나겠다”면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래미는 그 동안 소수 인종과 여성 아티스트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그래미의 해묵은 고질병인 인종 차별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과거 프랭크 오션과 드레이크, 카니예 웨스트, 저스틴 비버 등 아티스트들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혁신을 꾀하고 있으나 여전히 큰 폭의 진일보는 없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후보 선정에 있어서는 인종차별 이슈가 어느 정도 개선됐으나, 실제 수상 결과에서는 이렇다할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고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