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이하늬·이지아…시원시원한 ‘여주’들이 시청률 끌어올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신부보다 화려한 장신구에 웨딩드레스보다 새하얀 수트 셋업을 입고 신부대기실에 나타난 여자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신부의 두 눈을 똑똑히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축하해, 내가 버린 쓰레기 알뜰살뜰 주운 거.”
힘들고, 억울해도 묵묵하게 참고 견디는 ‘착한’ 여자 주인공들은 이제 구식이다. 4일 방송가에 따르면 고통받은 만큼 속 시원하게 되갚아주는 성격의 여자 주인공들이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 강지원의 복수극이다.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강지원은 참고 견디기만 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크게 각성한다.
웃는 얼굴로 자신을 이용하던 ‘절친’ 정수민(송하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었던 남편 박민환(이이경), 며느리를 시녀 취급하던 시어머니 등에게 시원시원하게 되갚아주기 시작하고, 점점 주체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며 행복을 찾아 나선다.
첫 회 시청률 5.2%로 출발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사이다 복수’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3회 만에 작년 tvN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5.9%)을 훌쩍 뛰어넘었고, 10회 만에 시청률 10%대를 돌파했다.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이끄는 히어로 조여화(이하늬)도 ‘걸크러시’ 매력을 뿜어내는 캐릭터다. 낮에는 조신한 수절과부인 척 능청을 떨다가도, 해가 저물면 검은 복면을 쓰고 담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백성들을 돕는다.
조여화는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는 게 미덕이자 온전한 삶이라 여겼던 시대에 태어났다. 남편을 여읜 사대부집 맏며느리에게 대문 밖 세상은 언감생심이다. 죽은 지아비를 위해 곡을 하거나, 내훈과 삼강행실도를 필사하면서 그림처럼 앉아있으라고 요구받는다.
그러나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망과 불타오르는 정의감에 조여화는 죽을 때 죽더라도 할 일은 해야 온전한 삶이라고 믿는다. 복면으로 신분을 가린 채 창포검을 들고 밤바람을 가르며 백성을 구하는 영웅으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첫 회 시청률 7.9%로 출발한 ‘밤에 피는 꽃’은 3회 만에 시청률(10.8%)이 10%대를 돌파했고, 7회 시청률은 13.1%로 집계돼 작년 M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연인’의 12.9%)도 뛰어넘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도 시청률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아직 2회까지만 방송됐지만, 첫 회에서 3.3%였던 시청률이 2회에선 4.9%로 뛰었다.
‘끝내주는 해결사’의 주인공 김사라(이지아)는 ‘걸크러시’, ‘카리스마’, ‘사이다 전문’으로 소개된다. 눈치 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돌직구로 정면 돌파하는 ‘이혼 해결사’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며느리이자 최고의 이혼변호사로 활약하던 김사라는 위장이혼을 당하고, 아이 양육권을 빼앗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정어머니까지 잃게 되면서 새로운 욕망을 품는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을 감옥에 보내거나 그의 재산을 탕진하는 것이다.
남편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잃고 감옥에 갔다가 출소한 김사라는 이혼 해결사로 복귀한다. 이혼 문제로 골머리 앓는 이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 시원한 복수를 하고, 이혼합의서에 대신 사인을 받아내 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이지아는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복수는 좀 더 속이 시원하고 화끈하다”며 “사라가 역경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 통쾌하고 기발하게 느껴졌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돼 고난에 빠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다 아작을 내는 시원한 복수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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