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사들은 유명 원작을 둔 드라마를 반긴다. 인기를 검증받은 만큼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 문제는 각색, 편집 과정에서 원작자와 방송사의 갈등으로 인해 졸작으로 전락한 작품도 많다는 점이다. 원작자와 방송국의 갈등을 빚은 드라마 작품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다.
2022년 방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재벌그룹 순양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순양 창업주 진양철(이성민)의 막냇손자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성민과 송중기의 열연, 진도준이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꺾고 순양 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지막화에서 사달이 났다. 앞선 이야기가 모두 윤현우의 꿈이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선 1회에서 총을 맞고 절벽에서 떨어진 윤현우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일주일 만에 깨어난다. 그러면서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싸움에 뛰어들어 벌어지는 일이 모두 꿈으로 밝혀진다.
산경 작가의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소설에서는 진도준이 끝내 목표했던 순양 그룹을 손에 넣게 되며 끝이 난다. 하지만 드라마는 진도준으로 회귀했던 주인공을 첫 방송의 현실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대다수 시청자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도준이 된 윤현우의 그간 고생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화 방영 후 원작자인 산경 작가마저 이런 각색이 이뤄진 것을, 방송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극본을 담당했던 김태희 작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역시 원작자와 방송국 간의 진실공방이 이어진 바 있다.
해당 논란은 지난 14일 방영된 18회부터 불거졌다. 작 중에서 현종(김동준)은 자신의 지방개혁에 반대한 강감찬과 갈등을 빚었다. 강감찬은 김은부(조승연)가 호족들의 자식을 징병에서 빼돌렸다며 그를 탄핵했지만, 사실 현종은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강감찬은 멈추지 않고 현종에게 주장했다.
김은부의 탄핵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자 현종은 강감찬에게 개경을 떠나라 명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해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말미에는 현종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수레를 피하려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작 중 전개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현종이 전쟁을 대비해 개혁을 펼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평이 다수였다. ‘고려거란전쟁’의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 역시 “원작은 무시해도 되는데 대하사극인 만큼 역사는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점이 참 아쉽다”고 극렬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거란전쟁’의 대본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는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된 이야기”라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길 작가가 제작진 측에서 보조작가가 할 일을 요구했다는 폭로에 나서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감독, 작가와 원작자 간 갈등이 터진 가운데, 일부 시청자는 청원, 트럭 시위까지 진행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 ‘역사왜곡 막장전개. 이게 대하사극이냐? 원작핑계로 여론을 호도하지 마라’ 등 항의하는 문구를 담은 트럭이 등장했다.
트럭 시위를 진행한 이들은 “비상식적인 극본 집필과 연출을 진행한 이정우 작가, 전우성 PD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가 공언한 대하사극의 가치를 훼손한 KBS를 규탄하고자 한다. 또 다시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KBS 측은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통해 구정 연휴를 맞아 1주 휴방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해 일시적으로 갈등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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