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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 뤽 베송 감독 “124마리 개와 함께한 촬영장, 매일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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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레옹’, ‘제5원소’, ‘루시’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뤽 베송 감독은 124마리의 개를 대동한 액션 스릴러로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한 ‘도그맨’은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액션 스릴러.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주연을 맡았고, 영화는 국내 개봉에 앞서 제8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3일 국내 언론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뤽 베송 감독은 영화 ‘도그맨’의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그의 영화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뤽 베송 감독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뤽 베송 감독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도그맨’이 소개됐을 때 관객분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좋은 기억을 안고 프랑스로 돌아갔었다.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이 굉장히 흥분되고, 일반 대중들을 만나는 자리인데 빨리 관객들의 반응을 알고 싶다.”며 국내 극장에서 ‘도그맨’을 선보이게 된 소감을 전했다.

지난 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뤽 베송 감독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10년 전부터 전 세계 영화판에서 가장 살아있는 영화계’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감독은 이번 ‘도그맨’의 한국 개봉 소식에도 기대를 표했다.

“한국 영화는 스토리텔링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감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한다. 그런 시도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주목을 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국 영화의 강렬함과 높은 작품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에게 ‘도그맨’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 된다.”

뤽 베송 감독은 프랑스 출신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뉴저지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질문에 감독은 “시대감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미국의 사회적인 구조와 ‘도그맨’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빈부 격차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하다. 그래서 가난과 발전된 사회 속에서 버려진 도시 같은 느낌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 뉴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더글라스’의 가족을 보면 종교에 미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사람들을 실제로 미국에서 많이 만났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 같아서 선정하게 됐다.”

▲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도그맨’은 부모에게 버려져 개와 함께 갇혀 생활했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실화 기반 영화다. 뤽 베송 감독은 “부모님께 버려져 개들과 함께 갇히게 된 사례가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프랑스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루마니아에도 있었다. 해당 사건들은 피해자가 탈출에 성공해서 기사화가 된 거고, 기사화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전세계에 얼마나 있을지는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출발선은 기사에서 읽은 소년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탈출한 소년이 살아간 외로운 인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에서 굉장히 튀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름이라 하면 장애, 예술가, 성적 취향 등이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 사회는 겉으로 굉장히 이들에 대해서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척하고 있음을 영화를 통해 보여줬다.”

영화의 주인공 ‘더글라스’는 하반신이 불구이며 책과 연극 같은 예술을 즐기고, 여장을 한 채 카바레에서 공연을 하는 독특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 짙은 화장에 가발을 쓰고, 드레스를 입는 걸 즐기는 ‘더글라스’의 드랙퀸(drag queen)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대해서는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는 장치’라 설명했다.

“12살 때 연극 선생님을 만나 연기를 배우고, 카바레에서 여장을 한 채 공연을 할 때가 더글라스가 다른 사람을 연기해서 얻은 유일한 행복의 순간이다. 드렉퀸이 공연하는 카바레에서 유일하게 더글라스에게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준 것도 사회에서 다르다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이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을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을 드러낸다.”

▲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더글라스’를 연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이하 케일럽)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에서 자전거 타는 소년 역으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고, 2021년 칸 영화제에서는 ‘니트람’의 마틴 역을 통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배우다. 뤽 베송 감독은 “이전에 봤던 많은 영화들에서 작은 역할을 하던 배우였다. 그 영화들에서 색깔이 다른 연기를 보여줘서 ‘도그맨’에서도 다채로운 면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로웠다.”며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케일럽과 처음 점심 식사를 했는데 그때는 영화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더글라스를 연기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 배우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케일럽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여러 번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고, 세 번째 만남 때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케일럽이 계속 저와 만날 때마다 도대체 무슨 영화 때문에 이러냐고 궁금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만남의 자리를 여러 번 가진 후 케일럽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뤽 베송 감독은 ‘도그맨’을 위해 그와 6개월동안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독은 “마지막 4개월 동안은 거의 매일 본 것 같다. 기간이 길었던 만큼 교류도 매우 잦았다”며 배우와의 끈끈한 결속을 드러냈다.

뤽 베송 감독은 영화의 등장인물을 두고 배우와 함께 완성해 나간다고 말했다. 인물을 구상하고 쓰긴 했지만 명확하게 100%를 구상하지 않았다는 그는 “완전히 상상하지 않고, 빈 공간을 배우와 함께 완성해 가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같은 의미로 뤽 베송 감독은 케일럽과 함께 완성한 ‘더글라스’에 큰 만족을 표했다. 감독은 ‘케일럽의 연기가 현재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며, “케일럽 외에 다른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극찬했다.

“‘레옹’을 연출하면서 게리 올드만 연기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적인 감동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영화인으로 살면서 가장 연기가 뛰어나서 충격적이었던 3명의 배우가 게리 올드만, 최민식, 그리고 케일럽이다. 최민식은 이전에 ‘루시’를 통해 함께 작업할 때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아서 거의 제스처와 표정만으로 디렉팅을 줬는데도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을 표현할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40년의 영화인생을 거쳐온 뤽 베송 감독이라도 이번 ‘도그맨’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무려 124마리의 개와 함께한 촬영 현장에 대해 감독은 ‘매일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난장판’이라 칭하며 “난장판인 걸 인정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장의 모습을 표현하자면 다섯살짜리 아이의 생일파티인데 아이가 124명의 친구를 초대한 느낌이었다. 저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초대된 아이들 중 누구도 질식사 하거나 물에 빠져죽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개 전담 분장 팀도 있었다. 영화 속 개한테 상처도 있고, 흉터도 있었음 했는데 너무 귀엽게 생겨서 분장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수십마리의 개들이 분장실로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나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뤽 베송 감독은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는 애견인이다. 화상 인터뷰 도중 언론에게 실제로 본인이 키우는 반려견을 보여주기도 한 감독은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다”며, “방금 보여드린 개는 ‘도그맨’에도 출연했다. 더글라스가 개 집에 갇혔을 때 첫 번째로 쓰다듬은 개가 저희 개였다. 이름은 ‘스눕’이다.”고 말해 래퍼의 이름(스눕 독)을 차용한 센스있는 작명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 뤽 베송 감독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관객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묘사는 스릴러 혹은 호러 영화에 종종 등장하지만, ‘도그맨’에서는 수많은 개가 등장함에도 단 한마리의 개도 살해 당하는 묘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바닷가 근처 자연에서 동물과 어울려서 자랐다고 말한 뤽 베송 감독은 “인간, 동물 상관할 것없이 다 소중히 다뤄야한다. 촬영에 있어서 사람도 동물도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시다시피 정말 개들이 인간의 목숨을 많이 구해주지 않나. 산사태가 발생할 때나 지진이 발생할때, 또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개들을 당연히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은혜를 갚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든 뤽 베송 감독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로 ‘사랑’을 꼽았다. 그는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도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이런 현실 속에서 유일한 해방구가 꿈꾸는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관 큰 스크린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꿈을 잘 꿀 수 있게 해준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도그맨’은 뒤늦게 결말을 완성한 작품이다. 모든 촬영 과정을 거친 후에서야 시나리오 상에서 찾지 못한 결말을 떠올릴 수 있었던 뤽 베송 감독은 데뷔 40년이 지난 지금도 무언가를 배워나가고 있다 말한다.

“40년째 영화를 하고 있고, 그동안 20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도 영화를 통해 배움이 끝이 없는 게 제게는 가장 흥미로운 것 같다. 저도 영화를 40년쯤 했으니 이제 너무 형편없는 영화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한편,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도그맨’은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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