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86세인 김영옥과 82세인 나문희의 과거 모습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20대 시절,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 동료로 인연을 맺었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의 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영옥과 나문희는 20대에 연기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대략 60년이 넘는 시간을 연기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 두 사람이 노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신작 영화로 극장가를 찾았다.
[리뷰:포테이토 지수 88%] ‘소풍’, 저항없이 빠져드는 깊고 진한 60년 우정
나이 오십살에도 여전히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철딱서니 없는 아들을 보니 답답하다. 이때 시골에서 친구가 올라온다. 보기 싫은 아들을 두고 밖으로 나와 당당하게 키오스크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데, 이거 웬걸. 음료도 없이 햄버거만 잔뜩이다.
입이 삐쭉 나온 친구에게 옛 별명인 “투덜이”를 외친다. 이에 질세라 친구는 “삐순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입가가 올라가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배우 나문희와 김영옥, 박근형까지 연기 경력이 도합 200년에 달하는 배우들의 그려내는 인생의 희로애락 속으로 저항 없이 빠져든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노년의 우정이 따스함과 웃음을 안기다가 이내 먹먹한 기분을 느끼게 하더니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다.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인생을 그려내는 베테랑 배우들의 힘이 여실히 느껴진다.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제작 로케트필름)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친구들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할 당시 일찌감치 모든 상영 회차가 매진 세례를 이뤘다.
영화는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인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후회도, 원망도 있지만 이들은 함께여서 행복했다. 60년의 세월만큼이나 그 우정은 가늠할 수없이 깊고 짙다.
● “작품이 현실과 아주 가까워서…”
파킨슨병에 걸려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은심(나문희)은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의 환상이 어른거려 마음이 복잡한데, 사업에 실패한 아들 해웅(류승수)이 돈을 빌려달라며 생떼를 피우는 통에 더욱 괴롭다.
그러던 중 은심의 고향 친구이자 사돈이기도 한 금순(김영옥)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몇십 년 만에 은심의 집에 나타난다. 금순 또한 고된 밭일로 심한 허리병을 앓고 있는 상황. 은심은 즉흥적으로 금순에게 말한다. “우리 고향에 가자!”
그렇게 은심은 금순의 손을 잡고 60년 만에 고향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바닷가와 과거 은심을 마음에 품은 태호(박근형)를 만난다. 세 친구는 오랜만에 근심과 걱정을 떨쳐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물론 자식들에 대한 걱정은 쉽게 떨쳐 낼 수 없다. 은심과 금순이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는 버려졌다는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닌 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런 친구의 모습이 곧 자신의 일처럼 느껴져 두 사람을 두렵게 한다.
은심과 금순은 일어나기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몸으로 자연스럽게 죽음과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그저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80대인 두 배우는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문희는 ‘소풍’에 대해 “작품이 현실과 아주 가까워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감히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20대부터 우정을 쌓아온 나문희와 김영옥은 소꿉친구만큼이나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한다. 두 사람의 깊은 우정에 더해 은심을 소년처럼 바라보는 박근형의 모습은 극속에서 귀여운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재미를 안긴다.
무엇보다 ‘소풍’은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인 ‘모래 알갱이’가 영화에 삽입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모래 알갱이’는 엔딩곡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적인 가사와 잔잔한 파도 소리, 서정적인 멜로디가 영화의 먹먹한 여운을 더욱 짙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감독: 김용균 / 출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류승수 외 / 각본: 조현미 / 장르: 드라마 / 개봉: 2월7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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