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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의 이슈탐색] ‘서바이벌 오디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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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와 202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Mnet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성공을 시작으로 인기를 얻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쇼미더머니’ 시리즈, ‘프로듀스101’ 시리즈,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 등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해당 프로그램이 인기가 한창 높았을 때의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프로그램의 출연을 계기로 스타덤에 오른 스타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음원들이 각종 음원차트를 도배하는 일이 당연시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데뷔를 앞두고 있던 신인 아이돌 사이에서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물론 서바이벌 오디션은 지금도 변함없이 인기 포맷이긴 하다. 여전히 많은 방송사에서 다양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서바이벌 오디션이 범람하면서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그것. 가장 큰 이유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너무 많다’는 분석이다.

사실 서바이벌 오디션이 너무 많다는 의견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인 2013년, ‘쇼미더머니’ 시즌2 론칭 당시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당시 ‘쇼미더머니’의 메인 PD였던 한동철 PD는 “그래도 나는 아직 이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다”며 이를 일축했고, 그 예상이 어느 정도 맞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나버린 지금은 정말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방영 중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목만이라도 다 아는 시청자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너무 많은 서바이벌 오디션은 필연적으로 비슷한 방송 포맷으로 인한 식상함, 출연자 부족으로 인한 수준 미달의 출연자나 겹치기 출연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방송사들은 최종 결선 진출자와 일정 기간 전속계약을 맺고 외부 활동을 금지하곤 하는데,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는 경우 추가 비용의 발생을 막기 위해 계약 기간 동안 방치해버리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참가자는 “최종 결선까지 진출했음에도 방송 이후 관련 홍보자료가 나가는 것을 한 번도 보지를 못했고, 방송 이후 행사도 손에 꼽는다”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만 허비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준 미달의 심사위원이나 ‘음악 경연’임에도 좋지 못한 음향 환경, 끊이질 않는 조작 논란 등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를 식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한 음악 프로듀서는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과연 남을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는지 의문이 드는 심사위원들이 더러 눈에 띈다. 단지 운 좋게 빨리 인기를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위원석에 앉아 자신보다 한참 선배이거나 더 재능이 출중한 가수들을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 큰 위화감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서바이벌 오디션의 전성기가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자정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한 PD는 “오랜 기간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이제는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당장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인기나 유행을 좇아 서바이벌 오디션을 론칭하는 행위는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러 출연자들이 나와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분명 특유의 재미와 매력이 있다. 보다 재미있고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시청자들의 관심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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