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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 가요계에도 익숙한 명곡들을 신선한 목소리로 듣는 이른바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불고 있다. 에스파, 라이즈, 티아이오티 등 신인 그룹들이 잇따라 과거의 명곡들을 리메이크 하고 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들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에스파는 지난 15일 SM ‘스테이션’을 통해 ‘시대유감(時代遺憾)’을 발표했다. 시대유감은 1995년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이 원곡이다. 당시 직설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로 크게 히트했다. 에스파는 이를 자신들의 스타일로 새롭게 편곡했다. 원곡이 가진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에 에스파의 파워풀한 보컬, 반전이 있는 구성을 덧입혀 완성했다.
그룹 라이즈가 최근 발표한 ‘러브119(Love119)’는 2005년 발매된 밴드 이지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했다. 원곡이 가진 감미로운 선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피아노 리프와 비트감 있는 드럼 라인을 추가하는 등 신인그룹 다운 풋풋함으로 곡을 재해석했다.
이 외에도 최근 프리 데뷔한 티아이오티는 2001년 발매된 클릭비의 ‘백전무패’를 리메이크했고 ATBO는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과 SG워너비의 김용준이 부른 ‘머스트 해브 러브’를 리메이크하는 등 각자의 색깔로 과거 명곡들을 해석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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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 tvN ‘응답하라’ 시리즈 등에서 시작된 뉴트로 열풍이 리메이크를 앞세운 신인 그룹들에 의해 가요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흘러가는 트렌드 안에서 ‘뉴트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곡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리메이크 곡이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원곡을 알지 못하는 MZ세대들에게는 신선함을 준다는 얘기다.
김작가 대중문화 평론가는 “어린 MZ 세대들에게 ‘뉴트로’는 추억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서울 홍대나 신촌으로 대표되던 힙 플레이스가 최근 을지로, 성수동 등으로 옮겨갔다. 아파트에서 자란 세대들에게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새로운 볼거리고 신선한 자극이 된다”며 “음악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음악은 멜로디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음악은 비트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는 확연히 다른 ‘문법’이다. MZ 세대들이 리메이크를 통해 신선함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MZ 세대들이 ‘뉴트로’를 오히려 힙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곡을 잘 재해석한 노래들은 화제가 되고 주목을 받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리메이크 곡들은 이미 과거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른바 검증된 작품들이 선정된다. 실패 확률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원곡의 힘이 있다. 최근 신인 그룹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무대를 목표로 신곡을 발매하고 투어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메이크가 반복되고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리메이크 곡들은 이미 인지도를 갖고 시작하는 곡들이란 점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진입장벽을 확 낮춰주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해외 활동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미 성공한 곡들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곡 자체가 가진 힘이 있다. 이것을 살려내면서 현재와 어울리는 트렌디한 방식의 재해석이 잘 어우러진다면 리메이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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