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이후 알을 깨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해야 제 색깔과 음악을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올해도 그 고민의 연장선으로 음악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한재민이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소감과 근황을 밝혔다.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재민은 올해 롯데콘서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관객을 만난다. 그는 “상주 음악가가 해당 공연장의 얼굴이 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할 예정”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2006년생으로 올해 18세인 한재민은 최연소 상주 음악가로 이름을 올렸다. 첼로 신동으로 긱대를 받던 시간을 지나 2021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22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음악가지만, ‘최연소’라는 수식이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다. 그러나 한재민은 이를 개의치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게도 여러 군데에서 ‘최연소’라는 수식어로 표현해주신다. 하지만 음악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나. 때문에 수식어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최근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유학중인 한재민은 첫 자취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다른 아티스트와 만나 실내악 하는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중”이라고 말한 한재민은 “독일의 학교는 개인 시간을 많이 주는 편이다. 나라, 도시마다 보고 느끼는 게 모두 다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좋은 선생님과 공부하고 있다”라는 근황을 이야기했다.
한재민은 오는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3월 27일에는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 10월 30일에는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타와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트리오 리사이틀을 가진다. 롯데콘서트홀은 2022년 10월부터 일찍이 한재민과 일정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한재민은 이번 기획 연주에 관해 “첫 번째 공연에서 제가 생각하는 메인 디쉬는 코다이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첼로곡이다. 작곡가 본인도 이를 ‘모든 첼리스트가 거쳐가는 곡’이라고 말했다. 연주는 힘들지만 끝나고 남는 희열의 정도가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차이콥스키도 특별하다. 가장 해보고 싶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라며 “감사하게도 롯데콘서트홀과 연주자 분들도 흔쾌히 함께 해주셔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10월 협연자 피아니스트 박재홍을 직접 섭외했다고 알려진 한재민은 “친한 선배다. 연주 기회도 있었고, 실내악도 여러 번 해봤다”라며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다. 진심으로 음악을 하시는 선배이기에 공연을 같이 할 때마다 배우게 된다.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춰줘 너무 편하다”라며 박재홍 피아니스트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트리오 리사이틀에서 함께할 크리스토프 바라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꼭 같이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라며 기대를 비쳤다.
앞서 한재민은 2021년 에네스쿠 콩쿠르 때 ‘빨간 양말’을 신고 연주해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를 두고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를 통해 곡을 표현할 수 있는데, 남성 연주자는 늘 정장에 같은 연주복이라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에네스크 콩쿠르 세미 파이널을 마치고 루마니아에 있는 백화점에 가서 빨간 양말을 샀다. 그 이후로 좋은 결과가 나와 계속 신고 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지난 정명훈 선생님의 공연 때는 연미복을 입어 빨간 양말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더라”라는 일화를 전하며 웃었다.
많은 기대를 모으는 베토벤 소나타에 대해서는 “무반주 리사이틀과 꼭 함께 하고 싶다. 머릿속에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한재민은 “올해 르네 카퓌송, 이진상 피아니스트 로잔챔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KBS 교향악단과 트리플 콘체르토도 예정되어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 한 차례씩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라며 올해 시작될 바쁜 여정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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