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유년기 기억에서 출발한 ‘파묘’….”체험하는” 영화 추구
현실에서는 마주하지 어려운 초자연적인 현상을 관객이 체험하는 기회, 영화 ‘파묘’가 내세운 히든 카드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파묘'(제작 쇼박스)가 2월 개봉을 앞두고 기획의 출발과 제작 과정은 물론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을 하나씩 공개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통해 한국영화 오컬트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연출자의 신작이란 사실에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다.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유년기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했다. 감독은 1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매일 밟고 올라가서 놀던 묘를 이장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경험이 이번 영화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감독은 “100년도 넘은 무덤을 사람들이 직접 파는 모습을 봤고 그때 맡은 흙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며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파묘’는 조상의 묘를 이장하면서 그 주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린 영화다.
미국의 한 부유한 이민 가족의 장남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되물림되고, 가족으로부터 병의 원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젊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이라고 짚는다. 묘 이장이 결정되고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주연을 맡은 4명의 배우 모두 오컬트 장르 도전은 처음, 장재현 감독과의 작업도 처음이다.
● “우리가 사는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장재현 감독은 장편 데뷔작이자 첫 흥행작인 ‘검은 사제들'(544만명)에서 가톨릭을 중심으로 구마 사제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어 내놓은 ‘사바하'(239만명)에서는 전국 여러 지역에 깊숙하게 뿌리 내린 밀교를 통해 그릇된 믿음이 야기하는 비극과 구원의 이야기를 완성해 주목받았다.
이번 ‘파묘’는 앞선 2편의 영화를 이어가는 오컬트 장르이지만,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종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며 “전작들과 정 반대의 스타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과 ‘사하바’ 때는 더 좋은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다면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걸 담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바람이다. 배우들이 만드는 앙상블,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기세가 영화에 담기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 당도한 종착역은 “체험할 수 있는 영화”였다. 특히 ‘파묘’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안 코로나19의 상황을 관통한 감독은 “꼭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며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체험의 성격을 최대한 담으려 했다”고도 말했다.
‘파묘’는 2월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아직 구체적인 개봉 날짜는 확정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파묘’는 2월15일 개막하는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됐다. 묘 이장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오컬트 장르로 풀어낸 이야기가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