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앙상블로 이뤄지는 작품이니만큼, 매 순간 채옥으로서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창피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한소희가 솔직시원한 본연의 모습과 함께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이야기하며 ‘경성크리처’ 속 열연을 스스로 되짚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내 ‘경성크리처’ 팝업공간에서 배우 한소희와 만났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한소희는 10년째 실종된 엄마를 찾아다니는 토두꾼 윤채옥 역으로 활약했다.
아버지 윤중원(조한철 분)과 함께 국내외 각지를 떠도는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경계감을 바탕으로 극 중 핵심배경인 옹성병원에서 마주하는 상황들에 대한 분노와 당혹, 냉철함 등 다양한 감정선들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특히 크리처화된 세이신(강말금 분)을 알아보고 비쳐지는 애달픈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장태상(박서준)과의 동지애가 뒤섞인 로맨스는 특유의 액션감과 함께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인터뷰로 만난 한소희는 솔직시원한 말투와 함께,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자신의 연기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을 향한 성원에 감사를 표했다.
-오랜 촬영기간 신경쓴 부분? 경계한 부분?
▲우선 채옥으로서의 감정선과 액션은 놓지 않고자 했다. 모두의 앙상블로 이뤄지는 작품이니만큼, 매 순간 채옥으로서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경계한 부분은 금옥당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다. 대사 자체에서 풀어지는 이방인의 성격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뭔가 불편한 존재가 될 필요가 있었다.
외로운 캐릭터를 선택했기에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다독였다. 아마 서준오빠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 역시 그러한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대상에 대한 공부?
▲실제 반영내용들을 살펴보고자 공부를 했다. 쉽지 않았다. 특히 성냥개비를 켜고 실험실을 보는 장면, 그 신과 세트가 가장 힘들긴 했다.
군수공장에서 끌려온 설정의 아역친구들이 충격받을까 적정될만큼 정말 싫더라.
-기존 맨손액션을 넘어 CG액션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 아는 액션 스턴트 선생님들이 쫄쫄이를 입은 채 입을 실룩이고 있는 걸 보다가 웃음참기 미션이 돼버리곤 했다(웃음).
태상과 채옥이 괴물로부터 도망가는 신은 높이를 맞추고 소리를 내달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더해져, 시종일관 슬픈 생각을 해야할 정도로 웃음이 많이 터졌다.
세이신과의 신은 감독님께 엄마의 배경서사를 먼저 듣고 감정을 맞췄다. 인생을 던져가며 찾은 엄마가 고문을 당한 채 괴생명체의 몰골로 변해있는 상황에서 내가 준 목걸이를 걸고있다는 말에 CG와 상관없이 감정이 터졌다.
그래서 ‘어머니, 어머니 맞아? 진짜 어머니야?’라는 원 대사와는 달리 ‘엄마, 도대체 왜, 도대체 누가’라는 말이 대사가 됐다.
-장태상(박서준 분)과의 로맨스 서사도 윤채옥의 큰 감정선이다. 설정상 중점은?
▲태상과 채옥 사이의 사랑에는 겪지 않아도 될 것을 겪으며 쌓이는 전우애가 있다고 생각했다.
채옥의 목숨을 구해주고, 아이들을 빼내준 것 모두 태상과 채옥간의 사랑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간절함을 알기에 이별이 곧 죽음임을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내주는 큰 용기를 발휘하는 지점도 사랑의 하나라고 본다.
-한소희가 꼽는 주요장면?
▲최종회차의 피날레인 엄마의 촉수에 찔린 채, ‘우리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첫 번째다. 실험으로 탄생된 괴물이지만, 그 힘을 발휘하고 난동을 피우는 것은 모성애의 표현이다.
그를 막아서는 채옥이 연모하는 사람인 태상을 소개하며 다 됐으니까 다음 생 살자라는 느낌으로 ‘그만하자’라는 말을 던지는 모습이 언제 말해도 슬프다.
또한 대사 가운데서는 -‘죽는 건 별로 슬프지 않는데, 내가 살다간 흔적들을 기억해주지 못한다는 게 슬플 것 같아서’라는 대사는 그 감정선 자체에서 슬픈 느낌이다.
-일본 팬과 시청자들 가운데 생긴 이슈들, 그에 대한 생각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견이 안갈리면 이상한 것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고 수긍하며, 자기주장을 가감없이 내세우는 시대. 의견을 존중하되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마이네임 이은 경성크리처, 쉽지 않은 액션연기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맞고 때리는 걸 넘어, 놀람이나 쫓김 등 몸놀림도 액션이다. 이를 자유롭게 하면 캐릭터에 부합하게 마음이나 얼굴, 말들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성크리처’ 속 채옥을 보면 총과 칼에 능숙한 캐릭터인데, 총을 쓰면서 표정으로 장면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액션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것 같다.
-작품마다 다채로운 표정이 돋보이는 한소희, 연기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감정을 표현하면 안되는 영화들을 많이 본다. 제일 웃길 때나 슬플 때는 보통 그 감정을 참아낼때다.
다양한 영화 속에서 비쳐지는 모순적인 상황과 그 표정들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곤 한다.
-긴 촬영기간의 ‘경성크리처’를 비롯, 바쁜 스케줄 가운데 스스로의 멘탈케어 또한 중요할 듯 하다.
▲캐릭터 몰입에 빠져나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이번 ‘경성크리처’도 시즌1 피날레신을 마치고서도 무술감독님과 장난칠 정도였다.
다만 촬영 이후 쉴 때 뭘 해야할 지 모르는 건 있다. 중간중간 스케줄이 발생하다보니, 뭔가 계획적으로 배우거나 즐기기에 어렵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차를 끌고 바다를 가기도 하고, 캠코더로 영상도 찍곤 한다. 이번에는 2년동안 너무 하고 싶었던 피어싱을 바로 하고 속이 시원함을 느꼈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배유로서의 수요와 공급’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책임감있는 모습이 돋보이는데?
▲책임감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지금의 생각은 연기를 하면서 팬분들이 제게 돈을 쓴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저를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면서, 더 나은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물론 100이면 100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최소한 저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해내겠다는 욕심이 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창피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최근 관심을 두는 두는 장르는?
▲최근 공포영화를 많이 봤다. 제가 귀신으로 나오는 공포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곤 한다.
잘하는 것만 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직업이라면 직업일 배우로서, 새로운 것을 계속 해보고 싶다.
저의 새로운 모습이 많이 궁금하다. 흥행여부는 솔직히 중요하지는 않다. 조금은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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