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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사람들’ 연출·각본·제작…세계에 알린 한국이름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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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박찬욱 감독 활약 보고 2019년부터 한국식 이름 사용”

발언하는 이성진 감독
발언하는 이성진 감독

이성진 감독이 작년 8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감독상을 받은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의 연출은 물론 제작과 각본을 모두 맡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이 감독은 2008년 미국 장수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의 각본을 쓰면서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TV 시리즈 ‘아웃소스드'(2010), ‘실리콘 밸리'(2015), ‘데이브'(2021) ‘투카 앤 버티'(2019) 등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애니메이션인 ‘투카 앤 버티’는 ‘성난 사람들’의 남녀 주연배우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더빙에 참여했다.

종전까지 공식적으로 ‘소니 리'(Sonny Lee)라는 미국식 이름을 쓰던 이 감독은 ‘투카 앤 버티’부터 한국 이름 이성진(Lee Sung Jin)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 컸다.

이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인들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 미국식 이름을 써왔으나 봉 감독이 국제 무대에서도 당당하게 ‘봉준호’라는 이름을 쓰는 것을 보고 자신의 원래 이름을 되찾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작년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이런 배경을 털어놓으며 “미국인들이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나도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美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한 이성진 감독
美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한 이성진 감독

이성진 감독(가운데)이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작품상을 받은 뒤 주연배우 스티븐 연(왼쪽), 앨리 웡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난 사람들’은 마트 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하던 생면부지의 두 주인공이 사소한 일로 서로에게 극심한 분노를 드러내며 대립하고 복수하면서 차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과정을 다룬 10부작 드라마다.

이 같은 드라마의 내용은 이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감독이 운전 중 정지 신호가 주행 신호로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하자 뒤의 차를 몰던 백인 남성이 경적을 올리며 고함을 질렀고, 이에 이 감독은 감정이 폭발해 난폭운전을 하며 상대 운전자를 따라간 경험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대니 조(스티븐 연)는 자신에게 심하게 경적을 울린 흰 차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며 연신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난폭하게 쫓아간다.

이 밖에 ‘성난 사람들’에서 주인공 대니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한인 교회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비롯해 미국 사회의 비주류인 이들의 일상 모습도 이 감독의 경험이 투영됐다고 한다.

이 감독은 “대니라는 인물이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먼저 생각하고 그대로 반영했는데, 그 안에 제 삶의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며 “나도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모습을 드라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한 장면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감독의 말처럼 ‘성난 사람들’에는 동양계 이민자의 모습들이 세세하게 담겼다. 한국계라는 설정의 인물들은 수시로 한국어 낱말을 영어에 섞어 쓴다.

2회에서 주인공 대니가 동생 폴을 향해 “마흔이나 쉰 살이 되면 집에서 ‘김치찌개’ 끓이고 널 기다리는 아내가 좋을걸?”이라며 한국계 여성을 만나라고 훈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대사는 이 감독이 실제 한인 교회에서 다른 교인이 했던 말을 떠올려 대니의 대사로 썼다고 한다.

1회에선 대니가 그의 사촌 아이작(조셉 리)을 한식당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아이작은 “아가씨, 여기요 설렁탕 두개요”라고 한국어로 주문한다.

이외에 아이작이 사촌동생인 폴에게 ‘형이라고 부르라’며 화를 내는 장면, 대니와 아이작이 물건을 훔치던 중 ‘대우’에서 만든 냉장고를 보고 반가워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대니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지은 집에 모든 가전을 LG 제품으로 들이는 모습이나 한국인 가족끼리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화상 통화를 하는 장면도 있다.

‘성난 사람들’에는 한국계라는 설정의 조연 폴(영 마지노), 아이작(데이비드 최), 에드윈(저스틴 민), 베로니카(앨리사 김)뿐 아니라 일본계라는 설정의 조지 나카이(조셉 리), 동양인 여성 나오미(애쉴리 박) 등 한국계 배우들도 대거 조연으로 출연한다.

이 감독은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다양성이 중요해졌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된다. 다양성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드라마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성난 사람들’이 성공한 배경에는 이 감독뿐 아니라 여러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도 있었다.

주연배우인 스티븐 연은 이미 ‘미나리’ 등 한국 영화에도 다수 출연한 유명 배우다. 대니의 동생 폴로 출연한 영 마지노, 여주인공 에이미의 남편인 일본계 남성 역할을 맡은 조셉 리 역시 한국계다.

이들 외에 대니의 사촌 아이작을 연기한 데이빗 최, 동양계 여성 나오미를 연기한 애쉴리 박, 한인 교회 교인으로 출연한 저스틴 민, 앤디 주, 앨리사 김 등도 한국계 배우다.

jae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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