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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칸영화제 뒤흔든 충격의 화제작, 미리 열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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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지수90%] ‘나의 올드 오크’…패배주의 넘어 연대하는 저항으로

제76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마지막 상영작 ‘나의 올드 오크’

거장의 당부는 이번에도 유의미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뜻 행동하길 머뭇거리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간절한 바람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어느 것 하나 일부러 꾸미지 않고,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켄 로치 감독의 당부가 영화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든다.

올해 88세인 켄 로치 감독은 ‘나의 올드 오크’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 연출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은퇴작’ 따위의 거창한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감독은 그저 해왔던 대로, 연대와 용기의 이야기를 해나갈 뿐이다.

대부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지만 때론 날카로운 칼날도 드러낸다. “이렇게 부자인 나라(영국)에서 아이들 끼니 걱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인공의 일갈은 감독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 시리아 난민들이 당도한 영국 북동부 폐광촌

영화의 배경은 한때 탄광산업으로 활황을 누린 영국 북동부 더럼의 한 작은 마을. 과거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지금은 자녀 학비와 난방비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내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마을을 잠식한 건 극도의 패배주의, 그리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애은 약자에게 쏟아내는 분노와 경계심 뿐이다.

2016년, 이 마을에 한 무리의 시리아 난민들이 도착한다. 일군의 주민들은 히잡을 쓴 난민들을 비아냥 거리면서 “두건 대가리들!”이라고 욕을 퍼붓는다. “저들이 내 친구를 죽였다”는 외침과 함께 졸지에 난민들은 성난 주민들의 표적이 된다. 옥신각신하던 끝에 시리아에서 온 소녀 야라(에블라 마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카메라를 박살 나고 만다.

모두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던 그때 야라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민 사람은 동네에서 오래된 ‘올드 오크’라는 펍을 운영한 중년의 남자 TJ(데이브 터너). 그는 탄광 활황기 광부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지녔던 여러 대의 낡은 카메라를 팔아 야라의 카메라 수리비를 마련해준다. 작은 성의로 시작한 둘의 관계는 서로가 겪는 아픔을 나누고 용기를 내 행동하면서 오래 품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나의 올드 오크’의 주인공 TJ는 켄 로치 감독의 전작 ‘나, 다니엘 브레이크'(2016년)와 ‘미안해요, 리키'(2019년)의 인물들과 맥을 같이 한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세상과 주변 사람들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인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걸 망설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TJ는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펍은 간판에 떨어져 나갈 만큼 낡을 대로 낡았고, 찾아오는 이들이라곤 실직해 하릴없이 맥주나 마시며 난민과 세상을 향해 온갖 혐오를 쏟아내는 중년의 남자들뿐이다.

난민과 왜 어울리냐는 조롱을 견디면서 TJ는 야라의 제안을 받아 굳게 잠갔던 펍의 2층을 어려운 이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내어준다. 그 공간은 TJ에게 부친과의 추억이 깃든 곳인 동시에 20여년 전 탄광산업 활황을 함께 누린 이들이 모이던 상징적인 장소. 야라가 제안하고 TJ가 실행한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서서히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나의 올드 오크’는 온전히 TJ의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그들은 때때로 요란하고 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중심에서 묵묵히 진심을 다하는 TJ의 마음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TJ를 연기한 데이브 터너는 놀랍게도 전문 배우가 아니다. 영화의 배경인 더럼 주에서 소방관으로 일한 그는 퇴직 이후 지역의 노조 위원으로 활동한 인물. 영화에서 보인 모습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데이브 터너는 친구의 추천으로 켄 로치 감독과 인연을 맺고 ‘나, 다니엘 브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에서 작은 역할로 짧게 등장했다. 이후 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나의 올드 오크’의 주연을 맡았다.

켄 로치 감독은 그런 데이브 터너에 대해 “뼛속 깊이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다”며 “촬영하는 동안 하루하루를 진실하게 대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TJ와 영화를 이끄는 야라 역의 에블라 마리 역시 시리아 출신 배우를 원한 감독이 어렵게 발굴한 주인공이다.

TJ와 야라가 굳게 닫혔던 펍 2층의 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온정은 쏟아진다. 애써 참아왔지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의 빗장은 생각보다 금방 풀렸다. 아쉽게도 이들이 만든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에 위기가 닥쳐오고, TJ는 또 한 번 절망한다.

그때 털어놓는 이야기는, 지금 왜 이 영화가 필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TJ는 자신을 비꼬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를 어렵게 만든 제도에는 아무런 말도 못하면서 힘이 없는 약자들에게 그 분노를 쏟아낸다는 말. ‘나의 올드 오크’를 허구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감독: 켄 로치 / 출연: 데이브 터너, 에블라 마리 외 / 각본: 폴 래버티 / 장르: 드라마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 개봉: 1월17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3분

맥스EN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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