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배우 김현주와 ‘지옥’, ‘정이’에 이어 ‘선산’까지 3연속 호흡을 맞춘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에 대해 “뮤즈는 아니다. 내게 영감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뮤즈 보다는 페르소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영점이 잘 맞는 총 같은 느낌”이라고 애정을 러냈다.
12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당초 오전에 진행 예정이었으나,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로 인해 행사 시간이 지연됐다. 행사에는 배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와 민홍남 감독,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고, ‘부산행’, ‘염력’, ‘반도’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민홍남 감독은 “이 작품은 인간의 근간이 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한 단어를 놓고 생기는 수만가지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선산’은 ‘부산행’ 이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10년 전인 2014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다. ‘부산행’, ‘반도’를 촬영하면서도 민 감독에게 간혹 가다 선산 이야기를 했다. 10년 전에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나오는 스릴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맥락 안에서 나온 작품이다. 민 감독이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짧은 시놉시스 정도 있던 거를 디벨롭하게 됐다. 캐릭터들을 놔두고 큰 조류에 몸을 맡기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작업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나는 선산이 없다”며 “옛날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산 때문에 친척 때문에 싸움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국적인 독특한 소재라고 느꼈다. 가족의 통념하고 괴담은 상반되니까. 그걸 엮으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 류경수와는 다시 한 번 호흡을, 박희순과 박병은과는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연 감독은 “김현주 배우님이 지금까지 좋은 직장의 연기를 많이 했는데, 지질한 게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 류경수 배우는 도전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는다. 잃을 게 없는 배우 같아 보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박희순 선배님은 깜짝 놀랐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이 작품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아이디어가 많았다. 작품에 대한 감각이 너무 좋으시다. 감독을 하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병은 배우는 슛이 돌아갈때와 안 돌아갈때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스위치를 바꿀 수 있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김현주는 선산의 상속자가 되면서 불길한 사건에 얽히게 되는 윤서하 역을 맡았다. 그는 “인물들 모두가 가족사가 있는데, 그게 현실과 맞닿아 있을 것 같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현주를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민홍남 감독은 “윤서하가 이야기의 기준점이라고 생각했다. 윤서하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이야기다. 관객들이 따라갈 수 있는 몰입감이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김현주 선배는 몰입감이 뛰어나다. 손짓 발짓 하나가 눈에 다 들어온다. ‘저분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 배우와는 두 작품 정도 같이 했다.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상당하다. 연기적인 것 뿐만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라며 “이번 작품에서는 지질한 모습 등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희순은 마을의 살인사건이 선산과 연관되었다고 직감하는 형사 최성준으로 분한다. 박희순은 “미스터리 스릴러에 오컬트 요소, 마지막에는 절절한 가족애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재밌겠다 싶었다. 익숙하고 아는 맛인데 비밀 특제 소스를 한 스푼 얹어서 독특한 맛을 내는 작품 같았다. 연니버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여하게 됐다.
이어 “김현주 배우와 당시 ‘트롤리’ 작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연락이 왔다. 이건 다분히 김현주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1+1 전략 아닌가 싶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흔쾌히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박병은은 과거로 인해 선배인 성준에게 애증과 열등감을 품은 형사반장 박상민 연기한다. 박병은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읽기 싫은 분위기가 있는 작품이 있는데, ‘선산’은 기분 좋은 궁금증, 호기심, 알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고 밝혔다.
박희순과 박병은은 극 후반부 중요한 격투 장면이 있다고. 민홍남 감독은 “그 장면이 둘 사이의 관계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어느날 두 분이 액션 합을 순서대로 정리해서 보여줬다”며 “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감동한 일화를 전했다.
이에 박희순은 “미리미리 말해줘야 감동을 받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격투 장면이 멋진 액션이 아니라 말과 감정으로 부딪히는 감정의 합이 더 중요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박병은 방에 찾아가서 어떤 액션을 할 것 같냐고 물어보면서 맞춰봤다”고 설명했다.
박병은은 “그때 숙소를 같이 쓰고 있었는데, 형이 오신다고 해서 방을 깨끗하게 치웠던 기억이 있다”고 TMI를 방출해 웃음을 안겼다.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인 박희순과 박병은. 박병은은 “박희순의 첫 참돔을 잡게 해줬다. 둘이 충남 서천에 민박집을 잡고 여행을 했었다”며 “그때 형이 바로 고기를 잡는 모습을 봤다. 무기력하게 잡는데 무려 3마리를 잡았다”고 밝혔다.
류경수는 서하의 삶에 들이닥친 이복동생이자 선산 상속을 요구하는 김영호를 연기해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다.
류경수는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다. 캐릭터적으로는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였다. 어려운데 해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며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는 프로덕션은 굉장히 화목하다. 당시 ‘정이’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김현주 선배와 ‘정이’ 때보다 많이 만나서 재밌겠다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출연했다”고 밝혔다.
류경수는 캐릭터를 위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그는 “캐릭터를 맡았을 때 표현하는 지점에서 쉽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느냐, 어려운 방식을 표현하는냐에 기로에 놓여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 끝에 이 인물은 조금 일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물이라 어려운 방식을 택했다”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 끝에 야생성이 강한 동물들, 무리에서 이탈된 야생 동물 같이 경계심이 많으면서 강자 앞에서는 두려움도 많은 지점을 참고해서 연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지그재그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류경수와 제일 많이 이야기 했다. 이 캐릭터 자체가 어디까지 미스터리해야 하고, 어디까지 시청자들이 받아들일지 수치적인 계산이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찍으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결말에서 충격적 진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도 공개를 앞두고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선산’은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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