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김정현 PD 인터뷰…”연애 리얼리티 ‘클리셰’ 지우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연애 예능이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장르이고 한국형 연애 프로그램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도 식상해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클리셰를 지우자’고 다짐했죠.”(김재원 PD)
‘솔로지옥’ 시리즈의 김재원 PD는 11일 최근 마지막 회차까지 공개를 마친 시즌3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연출한 김재원 PD와 김정현 PD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제작과 촬영 과정의 비화를 털어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은 지옥도라는 이름의 무인도에 젊은 싱글 남녀가 갇혀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남녀 6명씩 총 12명의 출연자는 지옥도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지목해 서로의 마음이 맞으면 ‘천국도’라 불리는 고급 리조트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솔로지옥’ 시즌3은 출연자들이 촬영 첫날부터 호감 가는 상대를 선택하고 천국도로 떠났다. 일반적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첫날에는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해 한 박자 빠른 진행이다.
김재원 PD는 이에 대해 “연애 리얼리티에서 무조건 첫날은 ‘간’을 보는데, 요즘 시청자들에겐 이런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며 “시청자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궁금해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솔로지옥’ 시즌 1·2에선 하나였던 지옥도가 시즌3에서는 둘로 나뉘었다. 초반부에 출연자들은 자신이 도착한 지옥도가 유일한 곳인 줄 알다가 뒤늦게 다른 지옥도의 존재를 알아채고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원 PD는 “이전 시즌에도 같은 상대와 연달아 천국도에 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는데, 시즌3에선 아예 물리적으로 지옥도를 둘로 나눠 같은 상대와 연속해서 천국도에 갈 수 없도록 했다”며 “다양한 사람과 알아가게 하려는 장치인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솔로지옥’ 시즌3은 이전 두 시즌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솔로지옥’ 시즌별 누적 시청 시간은 시즌1이 6만2천시간, 시즌2가 6만5천시간이었으나 시즌3에선 7만1천을 넘어섰다.
김정현 PD는 이런 인기의 공을 시즌3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출연자 이관희에게 돌렸다. 그는 “이관희씨가 정말 솔직한 자기 모습을 보여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재원 PD 역시 “이관희씨가 ‘시즌 1이나 2보다 더 잘 되게 할 자신이 있다’면서 조금 건방진 말투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약속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창원 LG 선수인 이관희는 ‘솔로지옥’에서 최혜선, 윤하정, 조민지 세 명의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하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관희는 관심을 둔 여성 출연자를 “얘”, “쟤”라고 지칭하면서 무례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여성 출연자들은 감정이 상한 듯했으나 이후로도 이관희를 향한 관심을 꺾지 않았다. 결국 세 사람은 모두 최종 선택에서 이관희를 선택했고, 이관희의 선택을 받은 최혜선이 커플이 됐다.
김정현 PD는 “여성들이 남성을 보는 시선이 과거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며 “예전 연애 리얼리티에선 자상한 남자가 인기였다면, 최근엔 특히 젊은 20대 여성들은 착한 남자에게 매력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이 있다”고 짚었다.
이관희는 시즌2에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의사를 전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소속 농구팀의 일정 때문에 불발됐다고 한다.
김재원 PD는 “제가 구단주께 빌다시피 했는데 구단 훈련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시즌2에선 깔끔하게 포기했다”며 “시즌2에서 큰 활약을 했던 덱스(본명 김진영)와 함께 출연했으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김재원 PD는 또 “시즌3을 시작할 때 저희가 가장 먼저 연락한 출연자가 이관희”라며 “다행히 이번 시즌에선 스케줄이 맞아서 올 수 있었고, 예상한 대로 리얼리티 쇼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로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활약해줬다”고 덧붙였다.
연애 리얼리티에서 출연자의 언행이 논란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솔로지옥’ 시즌3에선 김규리가 인터뷰나 다른 출연자와의 대화에서 무례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규리는 자신에게 호감을 내비쳤던 남성 출연자 최민우가 다른 여성 출연자에게 마음이 기울었다고 털어놓자 “이건 네 잘못이야”,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왜 가만히 있지를 못해”라며 꾸짖듯 말했다. 김규리 또한 다른 출연자와 데이트하고 왔으면서 “나를 다른 사람과 저울질했다”며 최민우에게 불쾌감을 드러내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MC들도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김재원 PD는 이런 장면이 논란이 될 줄 알고도 삭제하지 않고 내보낸 이유를 “그 장면은 최민우씨와 김규리씨 두 사람의 서사가 종결되는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장면을 삭제했다면 마지막 선택에서 두 사람이 서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했을 것”이라며 “그런 궁금증을 남기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새 시즌을 공개할 때마다 큰 화제가 되는 ‘솔로지옥’은 아직 시즌4 제작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두 PD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물론 시즌4를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김재원 PD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넷플릭스에서 시즌4 제작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즌3에서 ‘설렘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다음 시즌이 있다면 설렘도 재미도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시즌의 출연자가 함께 등장하는 스핀오프(파생작)에 대해서도 김재원 PD는 “회의에서 늘 아이디어로 나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덱스와 이관희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으니까요. 그런 방향도 염두에 두고 스핀오프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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