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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비하·반일 NO” 700억 대작 ‘경성크리처’, 혹평과 논란에 입 열었다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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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700억대를 들인 대작이지만,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있었던 생체 실험에 대해 조명한다는 메시지는 좋았지만, 어설픈 개연성과 공감하기 힘든 멜로는 혹평이, 독립군 묘사에는 논란이 일면서 ‘700억 대작’이 비난의 꼬리표가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이야기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부터 ‘구가의 서’, ‘제빵왕 김탁구’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손을 잡았다. 여기에 배우 박서준, 한소희, 수현 등 한류 스타들이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해 공개 전부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경성크리처’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다. 이에 ‘경성크리처’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나 작품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부터 혹평, 논란에 대한 솔직한 생각에 대해 전했다.

그간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부터 ‘구가의 서’, ‘제빵왕 김탁구’ 등 현대물들을 집필해왔던 강은경 작가. 그는 ‘경성크리처’를 통해 1940년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물을 집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시대는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었던 이야기였다”며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상황적인 것에 많이 막혔었다. 출연 하겠다는 배우도 없었다. 일본 한류가 시작되면서 일제 강점기 드라마가 거의 사라졌다. 많이 들어가는 제작비를 캐리하려면 좋은 배우가 들어가 줘야 하는데, 한류 물결이 생기면서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워진 것 같더라. 그런 지점이 맞물려서 시도를 몇번 했었는데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시대물에 관심을 가진 정동윤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는 강 작가는 “이 젊은 감독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경성시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됐다”며 “이 시대는 너무 슬펐고 암울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이 시대를 상징하는 게 뭘지 고민했고, 괴물을 이 이야기를 안으로 가지고 와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그간 쌓아놨던 생체 실험에 관련된 이야기를 접목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 반응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은 좀더 장르적인 걸 기대했구나, 내가 놓친 게 그거였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지만 나는 크리처보다 시대물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이 시대를 하산하듯이 쓰기 싫었다.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그들이 가진 수많은 코드 중에 생존과 실존, 두가지를 가지고 쌓아나갔다”고 설명했다.

‘경성크리처’는 크리처물이라기엔 다소 소박하고 평범해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정동윤 감독은 “제목만 봐서는 주인공들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험심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굳이 이 시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1945년이 우리나라의 큰 의미를 다룬 년도이니까. 나름의 상처가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일수도 있는 희생된 코드를 가진 크리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대치에 못 미친 건 있는 것 같지만,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본정거리 상인들이 장태상의 말에 따라 소수를 지키기 위해 감옥데 갇히고 얻어맞는 장면이 나오면서 목적을 위해 주변을 희생시켰다는 지적 역시 있었다. 이에 강은경 작가는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상징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다룰 수 밖에 없다”며 “장태상이라는 인물은 본점 거리에 보이지 않는 CEO다. 본정 거리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에게 대가를 주는 존재인 거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라고 했는데, 그들은 어쩌면 장태상을 믿었을 거다. 얻어 맞고 고문을 당하는 과정은 그 시대에서는 특별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이랄까. 그런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던 거다”고 설명했다.

또 권준택(위하준 분) 등 독립군이 고문으로 동료들을 배신하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독립군을 비하한다는 안 좋은 반응이 쏟아졌다. 강은경 작가는 “그 친구들이 다 20대다. 손톱, 발톱 다 뽑히는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지 생각해봤을 때 조금 더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해명하며 “이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참혹한지, 멋있게 영웅적으로만 그리는 것도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들은 그 두려움을 이겨낸 과정이 있었을 거고, 서글프게도 동료의 이름을 부를 때도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다음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을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나오는 모두가 경계에 선 사람들이다. 장태상은 현실을 외면하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던 사람이다. 직시하고 있다고 믿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을 만나며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감정에 치중했다”며 “준택은 아버지가 친일파였기에 과격한 독립 운동을 하는 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과격함에 목적을 두면서 사람이 덜 보이지는 않았을까 싶었다. 중요한 건 배신하는 행위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직면하는 두려움, 공포를 겪었음에도 독립 운동을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는 거다. 고문을 겪고서도 결국은 태상이를 만나 폭탄을 주는 거에 방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정동윤 감독은 ‘700억 대작’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그는 “꼼꼼히 따져봤을 때 경성 시대물이라는 게 10년 정도 없었던 이야기다. 그러려면 세트도 찾기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 크리처라는 게 VFX도 해야한다. 시즌1 총액을 700억은 아닌데, 시즌2까지 합치면 그렇게 된다”며 “최대한 연출로서 합리적으로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많은 제작비를 지원받은 건 사실이고, 넷플릭스가 투자해준 거에 창작자로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작가는 “시대물이 외국에서는 관심이 없다더라. 그렇지만 우리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의지가 있었다. 넷플릭스라는 OTT가 콘텐츠의 힘을 실어주는 파급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경성크리처’는 글로벌적인 흥행이라는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내놓은 작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코리아 측에서도 해외에서는 안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나는 국내 사람만 많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개 후 글로벌 순위가 생각보다 좋더라. 가장 놀라운 건 일본 순위였다. 난 외면 당할 줄 알았다. 광고가 많이 나가지도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또 ‘경성크리처’ 공개 후 일본 10대들한테 731부대 구글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말들이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 때문에 배우 모두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상황. 강 작가는 ‘경성크리처’ 박서준, 한소희 캐스팅 섭외 과정을 묻자 “일본에서 인기가 좋은 박서준이 출연 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시놉 단계에서 그린라이트가 왔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물어봤다. 이 작품을 하는데 챌린지가 있지 않냐고. 그러니까 박서준이 자신은 그런 거 없고 작품이 좋으니까 하는거라더라. 질문을 한 제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소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걸 한류배우가 해야 하지 않냐고 하더라. 이 친구들의 결정이 최대한 다치기 않고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정동윤 감독 역시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경성크리처’가 반일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그런 목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싶었다. 2024년도에도 느낄 수 있을 법한 것들이 1945년에 녹아져 있는거다. 편가르기, 적을 만들자는 접근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즌2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동윤 감독은 “장태상과 윤채옥 두 사람의 멜로는 끝나지 않았다. 태상이는 채옥이가 죽은 줄 알고, 채옥이는 눈을 떴다. 그 이야기는 시즌2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2에도 크리처는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크리처는 아니다”라며 “시즌2는 태상과 채옥이 다시 만나는 것들, 잔재에 포커싱을 맞췄다. 7부작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며 “원래 같으면 시즌2는 안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을 텐데, 작가님이 시즌2는 현대의 이야기로 제시를 해줘서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다. 시즌1에 있던걸 베이스로 시즌2를 바라봤을 때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에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강은경 작가는 “시즌2는 기억과 망각과 잔재에 관한 이야기”라며 “멜로에 대한 게 더 들어갈 것 같다. 단순한 남녀사이가 아니라 기억에 맞닿아있다”고 귀띔했다.

“작품에 대한 불호는 제작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즌2가 남았으니 여기에 최선을 다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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