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그레타 리 주연 멜로…영화제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주목
송 감독, ‘넘버 3’ 송능한 감독 딸…데뷔작으로 단숨에 스포트라이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36)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전생)는 7일(현지시간)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신인 감독의 재능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다른 시간과 환경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다뤘다.
12살에 캐나다로 이주하는 주인공 나영 역은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나영을 그리워하다 SNS로 그를 애타게 찾는 해성 역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소화했다.
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유명 독립 영화사 A24와 함께 제작했다. 촬영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됐으며 주인공들은 주로 한국어로 대화한다.
송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에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있다. 1988년 한국에서 태어난 송 감독은 주인공 나영처럼 1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석규·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넘버 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이다.
셀린 송 감독은 지난해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던 시기도 일종의 전생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무엇을 두고 오면 그것을 지나가는 삶(전생)이라고 느낄 거라고도 생각했다. 전생의 다층적인 의미를 영화에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고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6월 북미에서 정식 개봉한 이후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이 51개 매체의 평가를 바탕으로 매긴 ‘메타스코어’에서 100점 만점에 94점을 기록 중이다.
미국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수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각종 매체·비평가들 사이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고 협회, 영화제, 시상식 상을 휩쓸었다.
기세를 높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3개 부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1개 부문)보다 많은 것으로, 한국계 콘텐츠 사상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오스카 풍향계’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오는 3월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에 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6개 부문 예비후보에 올라 있으며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에서는 3개 부문에 올라 있다.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그레타 리는 198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한국인 이주민이다.
2006년 미국 유명 드라마 ‘로 앤 오더’의 한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데뷔한 그는 이후 영화와 TV 시리즈에서 단역·조연을 주로 맡아왔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인공지능(AI) ‘라일라’ 목소리를 연기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남자 주인공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는 유창한 독일어·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해왔다. 그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으며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거주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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