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철학자로 불릴 수 있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새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손웅정 SON아카데미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라”며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지난해 한겨레와 신년 인터뷰에서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는 통찰을 준 데 이어 다시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손 감독은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손흥민을 지독할 정도로 훈육할 때 일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뙤약볕에서 뛰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함께 뛰며 고생하면서 손흥민의 마음을 잡았고, 이런 애정과 헌신을 알기에 손흥민과 형 손흥윤은 운동장을 4시간 동안 돌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양발로 리프팅을 해내는 등 기본기를 닦을 수 있었다.
손 감독은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영상 보여주는 건 결국 부모가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 난 아이들이 어릴 때 식당에 가면 흥민이 엄마와 번갈아 가며 밖에서 애를 보며 밥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부모라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해서도 인터뷰에서 일침을 날렸다. 그는 유치원에도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의대 선호 현상이 극심한 현상에 대해, “미친…”이라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 감독은 “아이의 재능은 ‘개 무시’하고 당장의 성적에만 목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애들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성공’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본다. 손 감독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10만원을 버는 것보다 재능이 있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5만원을 버는 게 행복한 삶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하지 않았다. 그의 책을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었고, 해줄 수 있다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었다. 특별한 목적을 설정해두고 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목표에 끼워 맞추지 않는 그 교육 과정 속에서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손 감독은 “손흥민을 ‘강자’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지금 나에게서 축구를 배우는 학생들도 강자가 되기를 바란다. 강하다는 건, 돈이 많고 힘이 센 게 아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나간다면, 그게 강한 거다. 난 그런 강자를 키우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손 감독은 “성서를 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끝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축구를 가르칠 때 체벌은 하지 않지만, 욕은 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대충대충 살면, 이 세상에 설 곳이 없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또 “지도자라면, 아이들이 당장 지금이 아닌 성인이 됐을 때 경쟁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 김창금 선임기자 / kimck@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