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이효리가 데뷔 이후 첫 단독 진행을 맡아 화제를 모으는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KBS2 금 밤 11시20분)은 그가 직접 손을 뻗어 레드카펫을 깔았다. 이효리는 첫 방송을 앞둔 5일 오전 온라인으로 공개된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녹화 영상에서 섭외 과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의 음악적인 경험을 많이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레드카펫’도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레드카펫은 좋은 날 잘 차려입고 걷는 길이잖아요. 오시는 분들도 보시는 분들도 모두 특별한 날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더 시즌즈’는 1992년 시작한 한국방송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1992~1994) ‘이문세 쇼’(1995~1996)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유희열의 스케치북’(2009~2022)에 이어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월 시작했다. 이효리는 “그래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그때의 분위기와 시즌제로 바뀐 요즘의 재미를 적절하게 잘 섞어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자 솔로 후배 가수들도 많이 만나고 싶고, 나미·이은하 등 예전 선배님들도 초대하고 싶어요.”
‘더 시즌즈’는 박재범, 잔나비 최정원, 악뮤까지 진행자가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색깔을 칠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태진 피디는 이효리의 강점으로 진행력을 꼽았다. “이전 아티스트들이 (진행을 많이 해보지 않아) 진행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효리는 ‘짬에서 오는 바이브’가 있다”고 했다. 이효리는 “‘레드카펫’에서는 초대 손님의 이야기와 노래에 귀 기울이겠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지 않은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차별하겠다”고 했다.
이효리가 진행을 맡으면서 출연자 섭외가 술술 되는 등 제작진은 신났다. 개인적인 일정을 바꿔서라도 나오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효리가 진행자이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도 준비 중이다. 김태진 피디는 “젊은 음악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 힘을 주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효리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후배 가수들의 작업실이다. 일기처럼 쌓아둔 다양한 음악 중에서 보석 같은 것들을 꺼내보고 싶다”고 했다.
1998년 핑클로 데뷔해 어느덧 26년 차가 됐다. 제주에서 10년간 생활하며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난 적도 있다. 그런데도 그가 진행을 맡았다는 소식에 블랙핑크 제니가 처음으로 한국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화제성은 여전하다. 이효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느덧 40대 중반, 세월이 흐르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예전과 다른 여유가 생겼다. 그는 20년 전 이효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중심이 저였던 적이 많았어요. 지금은 저보다는 상태에 옮겨간 느낌이에요. 그동안은 내 노래를 하고 뽐내는 걸 많이 했는데 40대 중반이 되니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좀 된 것 같아요. ‘레드카펫’ 진행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한겨레 남지은 기자 /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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