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포테이토 지수 63%] ‘독전2’, 퍼즐은 맞춰졌지만…쾌감보다 허무함
(주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퍼즐이 맞춰졌다. 너도나도 애타게 불러대던 이선생의 정체도, 호기심을 자아낸 설원 총성의 엔딩도 공개됐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빈틈을 채우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전편과 변경된 설정과 주요 인물의 교체는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던, 아니 굳이 부여할 필요가 없었던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이 맞부딪히며 안겼던 재미 또한 사라졌다. 전작과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에 놓인 ‘독전2′(제작 용필름)에 대한 이야기다.
백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가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전'(감독 이해영)의 후속작으로, 전작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 중간에 일어났던 일을 담는 미드퀄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한국영화 후속 시리즈가 미드퀄을 시도하기는 ‘독전2’가 처음이다.
● ‘이선생’으로 엮인 독한 자들의 전쟁
영화는 ‘독전’의 하이라이트 내용이 담긴 용산역부터 극 말미 조원호(조진웅)와 서영락(오승훈)이 만나는 노르웨이 사이에 일어난 중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원호는 사라진 락의 행방을 쫓는다. 락은 전국 곳곳에 있는 브라이언(차승원)의 공장에서 원료를 확보해 마약 ‘라이카’를 제조하고자 한다.
라이카를 경찰에 압수당하고, 자금줄마저 끊긴 브라이언은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이선생의 대리인이자 진하림(변요한)의 의붓동생인 큰칼, 섭소천(한효주)과 만난다. 이들은 약속한 라이카 제조를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이선생을 잡고 싶은 자, 이선생에게 복수하겠다는 자, 이선생이 되고 싶은 자, 이선생의 사랑을 받고 하는 자 등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한데 모여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독한 전쟁에 나서게 된다.
● 전편의 설정 뒤엎고, 열린 결말→닫힌 결말
‘독전2’에는 전편과 동일하게 조진웅과 차승원이 출연한다. 류준열이 연기한 락은 오승훈이 맡았다. 한효주가 고 김주혁, 진서연 역할을 대신하는 빌런 역할로 새롭게 합류했다.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의 과거가 등장하는데 변요한이 열연했다.
영화는 락을 이선생으로 보이게 그렸던 전편의 ‘매력적인’ 설정을 제대로 뒤엎는다. 락 또한 원호와 마찬가지로 이선생을 집요하게 찾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1편에서 차분하고 냉정하던 락이 실제 얼굴을 드러내며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것과 반대로 2편의 락은 섭소천과 브라이언에 의해 이리저리 힘없이 끌려다닌다.
‘독전’은 설원의 총성으로 열린 결말을 맺었다. 원호와 락 중 총구멍이 누구에게 향했는지 보여주지 않았지만, 독한 전쟁 끝에 누가 됐든 결국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남기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독전2’는 그 한 조각을 채우기 위해 퍼즐을 다시 뒤엎고,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맞추며 닫힌 결말을 보여준다.
이선생을 향한 집착의 결과를 보여주는 원호와 락의 마지막 대화는 쓸쓸하고 허탈한 감정을 안기지만, 미드퀄이라는 형식이 무색하게 전편의 결말과 따로 놀며 퍼즐이 맞춰졌다는 쾌감보다 허무함을 안긴다.
● 한효주 연기 변신…전형적인 빌런
조진웅, 차승원, 오승훈 여기에 전작에서도 돋보였던 농아 남매를 연기한 김동영과 이주영 등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특히 1편에 특별출연했던 차승원이 이번 편에서 쇠약해졌지만, 광기 어린 모습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가장 큰 기대를 모은 한효주의 연기 변신은 ‘변신’에만 의의를 둘 것으로 보인다. 섭소천은 기존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조선족 빌런’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없다. 늘어지는 말투, 지루하다는 표정, 사악한 웃음 등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허무하게 퇴장한다.
인물들의 마지막 모습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엔딩 크레디트가 눈길을 끈다.
화려한 영상미의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물론 광고와 디자인, 뮤직비디오 등 분야를 넘나드는 백 감독의 강점이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감독: 백종열 / 각본: 김희진 / 출연: 조진웅, 차승원, 한효주, 오승훈, 김동영, 이주영 외 / 제작: 용필름 / 공개: 11월17일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 누와르, 미스터리 / 러닝타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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