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오진 날’ 유연석의 ‘섬뜩한’ 변신 [D: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따뜻한 의사 안정원, ‘사랑의 이해’의 반듯한 은행원 하상수를 통해 설렘을 유발하던 배우 유연석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잔인한 연쇄 살인마 금혁수를 통해 섬뜩한 얼굴을 꺼내 보이며 ‘운수 오진 날’의 긴장감을 책임졌다.

유연석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에서 사이코패스 금혁수 역을 맡아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티빙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나쁜 선배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으며, ‘화이’, ‘늑대소년’ 등에선 악역 연기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편의 멜로드라마를 거치며 다정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유연석에게 부담스러운 도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연석은 부담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근래 의학 드라마 같은 걸 하면서 따뜻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었다. 감독님은 내게 예전에 악역 연기를 했을 때의 이미지를 보셨던 것 같다. 요즘의 선한 이미지에 과거의 강렬한 이미지를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저 또한 그랬다. ‘왜 내게 이런 걸 제안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지금의 이미지를 활용하면 캐릭터의 낙차가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극 초반에는 제 이미지를 가지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억지로 살인자의 느낌을 풍기려고 하지 않았다.”

악역이지만, ‘뻔한’ 악역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에 금혁수가 ‘사고 후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설정을 더욱 부각하며 여느 악인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갔다. 무자비한 사이코패스지만,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것이 ‘운수 오진 날’이 전개 내내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그간 많았는데, 어떻게 다르게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무통증이라는 설정이 있고, 또 우리는 원작 웹툰이 있었기에 원작 속 설정도 가지고 오려고 했다. 혁수가 외모는 기괴한데 말투는 해맑은 면이 있었다. 위협적인 모습보다는 택시 안 상황을 즐기는 것 같더라. 특히 자기가 저지른 살인 이야기를 할 때 즐겁게, 천진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리얼리티를 높이기도 했다.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는 물론, 무통증 환자의 특징까지 살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이 같은 디테일이 있었기에, 유연석만의 새로운 악역이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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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에서 오택과의 대화를 즐기면서 하는데, 또 그 안에 묘한 신경전이 있지 않나. 감정 기복도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마치 아이처럼 토라지기도 하고, 혼자 삐져서 사탕을 씹어먹기도 하고. 택시 안의 모습들이 혁수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겼다. 핫바 장면은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한 가족 전체가 무통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매운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더라. 매운 것이 통증과도 같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표현으로 무통증에 대해 공감하게끔 하고 싶어 아이디어를 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한 금혁수에 대해 “무섭다”, “섬뜩하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어 만족했다. 특히 이번에는 주변인들의 반응까지 이어져 작품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도전한 악역 연기에,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져 더욱 감사했다.

“내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때 긍정적인 반응들이 오는 것 같다. ‘그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다’는 말도 해주시고.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감독님도 봐주셨다. ‘낭만닥터 김사부’ 카메오 출연할 때 이 작품을 찍었었다. 그래서 ‘우리 거 찍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섬뜩하게 연기를 했냐’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셨다.”

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핑계고’ 등 웹예능에서는 유쾌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했다. “도전할 때 주저함이 없었다”는 유연석은 앞으로도 ‘도전정신’을 가지고 선택을 해 나갈 생각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를 했더라. 캐릭터도 그렇고 예능에 출연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좋은 성과로 다가와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때 주저함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했던 것들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좋은 반응이 있을 때도 있고, 나쁜 반응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내가 궁금하고, 하고 싶었던 걸 회피하지 않았던 게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