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만을 위한 잔치였다. 총 16개 부문에서 신인상부터 조연상, 베스트 캐릭터상, 베스트 커플상, 최우수상, 올해의 드라마상, 영예의 대상까지 모두 싹쓸이하며 9관왕을 차지했다. 예견된 몰아주기에 박수와 아쉬움이 공존한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2023 MBC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방송인 김성주, 배우 이규영이 진행을 맡았다.
이날 대상의 주인공은 이변 없이 남궁민이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남궁민은 대상을 예견한 듯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소감을 전했다. 행복의 정의에 대한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은진에 대해서는 “후배가 아닌 동료라고 생각했다. 안은진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고, 이 상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며 “안은진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좀 그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 남궁민은 “사랑하는 아내 아름이”라고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연기에 관한 한 어떤 경우에도 절대 방심하지 않고 겸손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밖에도 ‘연인’은 올해의 드라마상을 비롯해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에 안은진, 베스트 캐릭터상에 김종태, 베스트 커플상 남궁민-안은진, 조연상 최영우, 신인상 김무준, 김윤우, 박정연 등을 배출하며 9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는 시상식 전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올해 MBC 드라마를 통틀어 시청률 10%를 넘긴 건 ‘연인’이 유일했다. ‘꼭두의 계절’, ‘조선 변호사’, ‘넘버스 : 빌딩 숲의 감시자들’은 최고 시청률이 5%를 채 넘기지 못했다. 일일드라마 성적 역시 4~5%대로, 10%대를 넘기고 있는 KBS 일일드라마보다 턱없이 낮은 성적이다. ‘꼭두의 계절’과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최저 시청률 1%대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연인’을 제외하고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건 현재 방영 중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뿐이었다.
이에 MBC 연기대상 현장은 배우들 역시 조촐했다. ‘연인’ 배우들은 다수가 참석했지만, 일일드라마를 제외한 다른 드라마들은 남녀 주인공 모두가 온 곳이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뿐이었다. ‘꼭두의 계절’, ‘넘버스’의 주연 배우들은 모두 불참했고, ‘조선변호사’는 김정연은 불참하고 우도환만 참석했다. ‘오늘도 사랑스럽개’ 역시 차은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인’의 흥행과 트로피는 축하할 일이나, 차린 것 없는 잔치에 ‘연인’의 들러리가 된 듯한 다른 배우들의 모습은 안타깝다. 내년 시상식에는 소수의 작품 만을 위한 파티가 아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상식이 되길 기대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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