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웹툰 작가 기안84가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연예인으로는 최초 대상 수상자다. 기안84만의 ‘B급 감성'(주류에서 벗어난 하위 문화)이 끝내 결실을 보았다. 좋았던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자 혐오는 물론 왕따 논란 등으로 고충을 겪었다. 꾸준히 드러낸 자신만의 색깔, 서사로 극복했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비결이 됐다.
기안84는 29일 방송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로 영광의 대상을 받았다.
그는 대상을 수상받은 후 “어렸을 때부터 MBC 보면서 깔깔 웃고, 요즘에도 ‘무한도전’ 무한상사를 돌려본다”며 “아버지께 효도 한번 못하고, 용돈을 못 드렸다, 잘 된 걸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살아생전에 잘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제 베풀고 살아야 하지 않나”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또 “엄마 대상 받았어요! 제주도 자주 못 가서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방송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을 때 사람들이 즐거워해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기안84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16년 MBC ‘나혼자 산다’를 통해서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 스타일에 후줄근해 보이는 옷차림. 그간 미디어에 나온 여느 연예인과는 달랐다. 특히, 웹툰을 마감하느라 노숙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기안84의 매력은 부담감 없는 친숙함이었다. 맨바닥에서 깡소주를 마신다거나, 가위로 자기 머리를 자르는 모습은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말 그대로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인위적이지 않게 드러냈다.
위기도 있었다. 2020년 8월 기안84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복학왕’ 속 ‘광어 인간’ 에피소드 때문이다. 웹툰 속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상사들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배 위에 조개를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후 여성의 무능함과 남성의 권력 남용을 내비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논란은 ‘여혐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연재 중지를 요구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부적절하게 묘사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논란으로 출연 중이던 ‘나혼자 산다’를 하차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2021년에는 왕따설이 제기됐다. ‘복학왕’ 연재 종료를 기념한, ‘마감 샤워’ 자리에서였다. 당시 자리에는 방송인 전현무 이외에는 ‘나혼자 산다’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출연진의 과도한 설정, 장난에 비판이 쏟아졌고 제작진은 사과했다.
여론을 돌린 것은 기안84의 꾸준함이었다. 기안84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매번 대중을 찾았다. 비주류 감성을 주류로 만들고, 자신만의 서사로 감동을 전하며 모든 연령층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진정성을 보여줬던 기안84다. 수상 소감 말미 “열심히 해보겠다”는 그의 말이 유독 신뢰가 가는 이유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댓글2
MBC 나혼자 PD들기안이 겁나 싸고도는데 이유가 뭐임?
djsi
상 줄 사람이 그렇게 없어서 저런놈한테 줬냐?? 저놈말고 줄 사람이 많을텐데 왜 굳이 저딴 놈한테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