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경찰의 대대적 연예인 마약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전망이다.
배우 이선균이 27일 숨졌다. 숨지기 하루 전까지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다음날 오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3차례 경찰에 출석하는 등 성실하게 수사에 임했지만 2달 가까이 이어진 마약 수사 결과는 결국 보지 못했다. 수사는 종결 수순이다.
이선균 관련 마약 혐의는 지난 10월 19일 톱배우 L씨가 마약 내사 대상이 됐다는 보도와 함께 처음 알려졌다. L씨가 이선균임이 뒤이어 공개됐고, 그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씨 집에서 대마초 케타민 등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동시에 이선균은 이를 빌미로 3억5000만원을 뜯어갔다며 A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이선균은 지난 10월 28일, 11월 4일, 그리고 지난 23일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았다. 첫 소환 당시 침통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선 이선균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두번쨰 소환에서는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A씨가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선균은 첫 소환 당시 간이 시약검사는 물론 모발 체모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A씨 주장과는 다른 감정 결과지만 경찰은 신종 마약을 운운하며 수사를 이어갔다.
3차 조사는 무려 19시간 진행됐다. 25일 아침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선균은 “이제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너무 억울하다”며 다음날인 26일 A씨 등과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추가 요청하기까지 했다. 3차가 마지막 소환조사였지만, 추가 조사를 자청하기까지 한 셈이다.
이처럼 의지를 밝힌 이선균이었지만, 그는 다음날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그 사이 이선균과 A씨 통화 녹취파일이 공개되고, 이선균이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A씨가 준 수면제로 알았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추가로 나왔다.
앞서 A씨 진술에 따라 마약 피의자로 입건돼 곤욕을 치렀던 가수 지드래곤(35, 권지용)이 결국 혐의를 벗은 터다. A씨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지만 입건된 지드래곤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고, 수차례에 걸쳐 결백을 호소한 끝에야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 역시 이선균과 마찬가지로 간이검사 정밀감정 모두 ‘음성’이었다.
정식 수사대상에 오르기 전 수사 초기부터 내사를 받는 유명 피의자 신원이 연이어 노출되는가 하면, 이선균 사망 전날 ‘빨대’ 진술 등 주요 수사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다시피 하는 등 경찰이 수사정보 단속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전과가 상당한 마약 사범 유흥업소 직원 한 명의 진술에 의존하면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을 하지 못한 수사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3차 소환의 경우 이미 두 차례 포토라인에 섰던 이선균 측이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하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떠들썩했던 ‘연예인 마약 수사’는 이대로 “죽도 밥도 안된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지드래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선균의 경우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수사가 알려진 지 2달이 훌쩍 넘었지만 A씨와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 3명이 검찰에 송치되고 마약 제공 등 혐의를 받는 의사가 현재 구속돼 수사 중이다.
용두사미 연예인 마약 수사 결과에도 불구,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인천경찰서 형사과장은 공교롭게도 이선균이 사망한 27일 경무관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비난 여론이 커가는 가운데 경찰은 약속이나 한 듯 관련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28일 경찰로부터 수사 과정이 지나치게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한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하며 “경찰수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 관계 법령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인권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가세했다. 그는 28일 고 이선균을 두고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선균 변호인의 3차 소환조사 비공개 요청을 경찰이 거부한 데 대해서는 “수사 관행과 공보 준칙을 이 기회에 되짚어서 문제가 잇다면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그런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용납하겠느냐”고 되묻는 등 언론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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