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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20주년 키워드는 ‘푸른 불꽃·와인·성실’…2세대 아이돌이 5세대까지 살아남은 법[TEN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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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활동한 아이돌 그룹은 몇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전히 활동하는 그룹을 꼽으라면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현역으로 앨범을 내고 콘서트도 연다. 이젠 소년보다 신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동방신기가 20년간 이 이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봤다.

“시간 지날수록 진해지는 와인 같은 그룹”

동방신기는 자신들을 ‘와인’에 비유했다. 유노윤호는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진해진다. 저희 동방신기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멋이 진해졌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더 빛나고 은은한 향이 남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노윤호는 그간 적토마, 야생마처럼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전체를 보며 느긋하게 나아가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그는 “전체를 바라보고 같이, 느긋하게,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데뷔 20주년을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먼 목표를 보고 활동하기보다 하루하루 해나가다 보니 데뷔 20주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0년 활동하면 행복하고 영광스럽겠지만 일단은 목전의 일들, 예를 들면 연말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그렇게 하다 보면 길게 길게 호흡할 수 있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더 멀리 보려는 노력이 동방신기가 20년을 이어온 원동력이자 앞으로의 원동력이다.

“푸른 불꽃을 계속 달구고 싶다”

최강창민은 재즈 연주자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를 보고 극 중 연주자의 열정적인 연주가 작품 속 관객과 극장 안 관객 모두를 매료시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무대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소진하려고 한다. 붉은 불꽃 이상의 푸른 불꽃 같은 느낌으로 우릴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 불꽃을 계속 뜨겁게 달궈가며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노윤호 역시 무대에 담은 열정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유노윤호는 “감탄은 감동을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며 “마음속 ‘꺾이지 않는 불꽃’을 유지한 채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20년을 지나온 동방신기가 20년 그 이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마음속 열정과 팬들을 향한 진심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성실”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냐는 물음에 최강창민은 “한결같이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근래 더 하게 된다. 저희는 항상 꾸준했다. 저희 팀에게 ‘성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답변일 수 있지만 ‘성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동방신기는 최근 ‘마마 어워즈(MAMA Awards)’에서 후배 라이즈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SBS 가요대전’에서는 후배인 에스파가 동방신기의 커버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노윤호는 “팬들도 ‘기강 잡았다’ 얘기해주시는데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금처럼 꾸준히 활동하는 게 중요하구나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며 꾸준함을 강조했다.

5인조에서 2인조로 “진심 담지 못한 무대”

동방신기의 20년 중 가장 큰 위기는 멤버 변화였다. 5인조로 데뷔한 동방신기는 한창 한류를 주도하던 중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 등 세 멤버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분쟁으로 팀을 떠났다. 그러면서 동방신기는 유노윤호, 최강창민의 2인 체제로 재편됐다. 2인조 동방신기로 처음 무대를 선보인 2010년 SM타운 콘서트’는 동방신기에게도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

최강창민은 “팬들 앞에서 다시 무대를 멋지게 할 수 있다는 감격과 영광을 느낀 자리인 동시에 둘이 무대를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고 고백했다. 유노윤호 역시 “무대를 무대답게 할 수 없을 때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손뼉 쳐주는데 내 자신은 진심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당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힘들었던 그때도 동방신기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의 소신대로 묵묵히 걷다 보니 대중들도 그들의 진심을 알아차렸다.

“20주년, 쉽지 않을 것” 온정 담긴 일침

동방신기는 초기 한류를 이끈 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인정 받게 된 K팝 가수들. 동방신기는 후배들을 위해 날카롭지만 따뜻한 조언도 전했다. 최강창민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20주년 맞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해보니 그렇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20주년을 맞이하는 후배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요즘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다 보니 데뷔와 동시에 많은 사랑, 인기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면 스태프들,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게 될 수 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기 바란다. 달콤한 인기에 안주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K팝을 전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어릴 적 멋진 가수가 되고자 했던 꿈은 가수가 됐다고 다 이룬 것이 아니다. 겸손함을 가진 가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노윤호도 “스킬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한다”며 “타이밍을 기다릴 줄 알고, 그 타이밍이 오기까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걸 갈고닦는다면, K콘텐츠의 수명이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저희도 운 좋게 20년 달려왔는데 후배들은 40년 갈 것 같다. 포기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좀 더 믿어라”고 조언했다.

동방신기는 20주년을 맞은 지난 26일 정규 9집 ’20&2’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반항아의 뜻을 담은 ‘레벨(Rebel)’이다. 정체되지 말고 진취적으로 나가겠다는 동방신기의 각오를 담은 곡이다. 어느덧 5세대라 불리는 아이돌까지 등장한 K팝 시장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활동 중인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이들의 말을 통해 이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현역 아이돌들에게도, 아이돌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도 본보기로 삼을 모습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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