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의 활약과 아이돌들의 귀환이 돋보였던 2023년 가요계였다. 대형 기획사를 비롯해 소속사들은 새 그룹을 내놓으며 차세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돌아온 아이돌들은 여전한 저력을 자랑했다.
◆ 5세대 아이돌, 데뷔 직후 ‘밀리언셀러’ 등극
올해 데뷔하자마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던 그룹은 제로베이스원과 라이즈이다. CJ ENM 산하의 연예 기획사 웨이크원의 제로베이스원은 Mnet 오디션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결성돼 지난 7월 10일 데뷔한 9인조 보이그룹이다.
제로베이스원은 데뷔 4개월 만에 2연속 ‘더블 밀리언셀러’의 기록을 세웠다. 데뷔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YOUTH IN THE SHADE)’가 발매 1일차에만 124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K팝 역사상 최초 데뷔앨범 초동 밀리언셀러와 동시에 역대 그룹 데뷔 앨범 초동 1위라는 기록을 가져가게 됐다. 11월 발매한 미니 2집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 역시 발매 첫 주 동안 213만 장을 판매했다. 제로베이스원은 자신들이 ‘5세대 아이돌의 시작’이라 자부하고 있는데, 타의가 아닌 자의로 시작한 세대 구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9월 4일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라이즈 역시 데뷔앨범으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첫 싱글 앨범 ‘겟 어 기타(Get A Guitar)’는 발매 일주일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한지 4일 만에 100만 팔로워를 달성하기도 했는데, 이는 K팝 그룹 최단 기록이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은 라이즈에게 악재도 있었다. 사생활 논란이 있었던 멤버 승한이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게 된 것. 팬들은 계속된 논란에 승한의 탈퇴를 요구하며 트럭시위도 했다. 라이즈는 6인조로 활동하게 됐는데, 승한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이브는 레이블 KOZ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 5월 30일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선보였다. 지코가 그룹의 총괄 디렉터 및 메인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음반 판매량은 제로베이스원, 라이즈에 비하면 다소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두 그룹이 데뷔하자마자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는 바람에 발생한 일종의 착시 현상. 지난 9월 발매된 보이넥스트도어의 미니 1집 ‘와이..(WHY..)’는 초동 44만 9218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작인 데뷔 싱글 ‘후!(WHO!)’의 첫 주 판매량 11만 442장의 4배가 넘는 수치다. ‘후!’에서는 세 곡의 타이틀 곡을 통해 ‘좋아하는 상대 발견-어필 -고백’을 노래했고, ‘와이..’에서는 소년의 설레는 짝사랑과 첫 이별을 그리는 등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며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와이..’는 데뷔 1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국내보다 아예 해외 겨냥…K팝+글로벌 접목한 신인 론칭 시스템
하이브는 K팝 시스템을 적용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발탁된 다니엘라(미국), 라라(미국), 마농(스위스), 메간(미국), 소피아(필리핀), 윤채(한국) 등 6인조로 구성됐다. K팝 시스템을 현지에 접목한 최초의 시도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이브는 이들의 데뷔 과정을 넷플릭스를 통해 내년 공개한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바로 다음달인 내년 1월 26일, 글로벌 걸그룹 VCHA 정식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VCHA는 JYP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가 합작해 선보인 글로벌 걸그룹 론칭 프로젝트 A2K(에이투케이, America2Korea)를 통해 탄생한 6인조 신인 걸그룹이다. 지난 1일 발표한 프리 데뷔 싱글 ‘레디 포 더 월드(Ready for the World)’와 동명의 타이틀곡을 전 세계 동시 발표했다. 이 곡의 퍼포먼스 비디오가 공개 2주 만에 155만뷰를 넘겼다.
YG엔터테인먼트가 올 초부터 데뷔를 예고했던 베이비몬스터는 지난 11월 27일 정식 데뷔했다. 베이비몬스터는 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블랙핑크와의 재계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 YG는 늦은 가을 베이비몬스터를 세상에 내놨다. 당초 7인조로 구성됐지만 ‘에이스’로 꼽혔던 멤버 아현이 건강 문제로 팀에서 빠졌다.
베이비몬스터를 향한 국내 반응은 미미하다. 차별점 없이 트렌디하지 못한 콘셉트, 음원 발매 외에 전무한 활동, 국내 음원 차트인 불발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각각 101위, 49위에 안착했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서는 열흘 만에 1000만 스트리밍을 돌파해 역대 K팝 걸그룹 데뷔곡 최단 기록을 경신하는 등 나름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YG가 계속해서 ‘신비주의’를 고수할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 ‘중견돌’의 귀환…음원은 글쎄, 티켓 파워는 여전
올해는 ‘2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보이그룹들의 귀환도 많았다. 유키스, 틴탑, 인피니트, 빅스 등이 그룹 활동을 재개한 것. 유키스는 올해 데뷔 15주년, 틴탑과 인피니트는 13주년, 빅스는 11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음원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팬덤이 여전히 공고히 남아있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인피니트는 그룹 활동을 위한 별도의 회사까지 설립했으며, 7년 만에 연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켰다. 공연장은 ‘K팝의 성지’로 꼽히는 KSPO DOME으로, 대관료‧무대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많은 객석을 채우기 쉽지 않은 이곳을 매진시켜 여전한 티켓 파워를 증명했다.
‘중견돌’로 꼽을 이들은 모두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그룹들. 대부분 원년 멤버 일부가 팀을 탈퇴한 상황. 틴탑의 전 멤버였던 캡(방민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병든 아이돌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중 사이에선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의견과 “병든 아이돌 문화 폭로가 시원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빅스의 경우 리더 엔(차학연)이 4년 2개월 만의 그룹 활동임에도 불참했다. 연기 활동으로 인해 스케줄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으나, 팬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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