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 관심에 감사…”공항에 모여든 팬들에 깜짝 놀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도쿄는 12월에도 반소매 옷을 입은 사람이 많을 정도로 따뜻한데 서울은 너무 추워서 깜짝 놀랐어요.” (구로카와 소야)
“정말 추워서 얼어붙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한국 관객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따뜻하게 말해줘서 제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히이라기 히나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구로카와 소야(14)와 히이라기 히나타(12)가 한국을 찾았다.
강한 한파가 닥친 21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괴물’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관심에 연신 놀라움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누적 관객 수 3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둘이 전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소야는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어 깜짝 놀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먹은 음식이 뭔지 묻자 히나타는 “어제저녁 돼지갈비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했고, 소야는 “그 식당에서 나온 계란찜이 좋았다. 집에 돌아가서도 만들어 먹고 싶을 만큼”이라고 했다.
둘은 지난 10월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다. 두 달여 만에 다시 한국에 와서인지 그때보다 편해 보였고 자주 웃기도 했다.
‘괴물’에서 소야는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와 살아가는 초등학생 미나토를 연기했고, 히나타는 미나토의 같은 반 친구 요리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아들 미나토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걸 이상하게 여긴 사오리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몇 개의 시선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영화가 끝나면 “괴물은 누구인가”란 질문이 관객의 가슴에 남는다.
어떻게 연기했느냐는 질문에 히나타는 “요리는 뭔가 잘 알 수 없고 어딘가 붕 뜬 느낌이 있다. 그걸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고, 소야는 “촬영할 때의 느낌 그대로 가려고 했다. 바람이나 기온 같은 걸 느끼면서 연기했다”고 회고했다.
히나타는 “감독님과 스태프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연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히나타는 두 소년이 햇살을 받으며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소야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맨발로 하교하는 요리에게 미나토가 한쪽 신을 벗어주고 둘이 한 발로 콩콩 뛰어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인 ‘아무도 모른다'(2005)에서 보듯 아역배우의 연기를 잘 끌어내는 걸로도 유명하다.
소야와 히나타는 오디션으로 뽑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역배우를 캐스팅하면 그의 말투 등에 맞춰 캐릭터를 고치는 게 보통이지만, ‘괴물’에선 소야와 히나타가 어른 배우처럼 각본 속 캐릭터에 자신을 맞춰가도록 했다. 둘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깊었다고 한다.
소야는 히나타의 첫인상에 대해 “각본 속의 요리가 그대로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며 “지금도 가끔 ‘요리’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땐 (히나타가) 화를 낸다”고 웃으며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둘은 여느 아이들처럼 별것 아닌 일로 자주 티격태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히나타는 “감독님은 우리가 싸운 걸 몰랐을 수도 있다”며 웃었고, 소야는 “감독님은 알아도 모르는 척 싱긋 웃으신 게 아닐까”라고 했다.
‘괴물’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어른들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두 아역배우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간단히 말하자면,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히나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지 찾아가야 할 거 같아요.” (소야)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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