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인’.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후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문구다. 보통 모든 멤버가 비주얼은 물론 보컬과 안무 실력이 뛰어나고, 여기에 멤버 전체 혹은 일부가 작사, 작곡 능력을 갖추는 경우 지칭한다. 연습생이 풍부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대형 기획사에서는 ‘괴물 신인’이 종종 등장하지만, 중소기획사에선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7월,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 쥴리, 나띠, 벨, 하늘) 데뷔 당시에도 ‘괴물 신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홍보가 시작됐다. 그리고 열린 쇼케이스. 리더 쥴 리가 “‘괴물 신인’이란 수식어를 갖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첫 앨범부터 타이틀곡뿐 아니라, 멤버 개개인의 솔로곡을 실었다. 곡 작업과 안무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자연스러웠다. 개개인의 사연과 배경이 알려지면서 실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보통 데뷔 후 디지털싱글 한 곡으로 활동하는 그룹과 달리, 발표하는 앨범마다 가득가득 곡을 채웠다. 회사의 결단도 있었겠지만, 멤버들의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첫 번째 미니앨범 ‘키스 오브 라이프’와 두 번째 미니앨범 ‘본 투 비 엑스엑스’(Born to be XX) 활동을 마무리한 최근까지 이들에게 붙여진 ‘괴물 신인’이란 타이틀은 이젠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 오히려 여기에 ‘어벤져스’ 등의 수식어가 추가로 붙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본 투 비 엑스엑스’는 ‘배드 뉴스’(Bad News)와 ‘노바디 노우즈’(Nobody Knows)의 더블 타이틀곡 무대를 선보였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곡 무대의 완성도도 높았다. 멤버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활동 마무리의 아쉬움은 컸다.
“지난 앨범 활동 후 저희가 빠른 시간에 2집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에너지를 이어받아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지 저희 스스로 좀 아쉬운 것들도 있었죠. 그만큼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과 욕심이 컸어요. 하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활동했던 2집이기에, 1집 때 알지 못했던 것들도 느끼면서 활동을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팀으로서 느끼는 욕심과 아쉬움은 멤버 개개인들도 똑같이 느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조금 더 욕심을 부린 이들도 있고, 성장을 느낀 이들도 있다.
“이번에 저희가 음악방송을 ‘쉿’(Shhh) 때처럼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더 많은 음악방송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 저희가 다 각각 성장한 부분이 너무 커요. 멤버들끼리 저희 음악적 방향성과 퍼포먼스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죠. 성장을 많이 한 2집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활동을 하면서) 저희 곡 ‘배드 뉴스’가 큰 무대에 어울리고, 연말 시상식에서 보여드리면 임팩트가 크겠다는 것을 확인했죠.” (별)
“저는 2집 활동이 쥴리라는 사람을 뚜렷하게 보여줬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쥴리라는 사람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만족스럽게 조금 (저를) 보여준 것 같아요. 이후 이제 이것을 토대로 앞으로 조금 더 다양한 매력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2집 활동이었어요.”(쥴리)
“1집 때부터 저희 팀이 다양한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1집 때는 타이틀곡이 한 곡이고, 나머지는 솔로곡이라 팀 내 다양한 분위기나 (팀) 곡들을 많이 못 보여줬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다양한 음악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뿌듯하고, 그런 것을 바탕으로 더 발전했던 것 같아요.” (하늘)
“우리 키스오브라이프의 오리지널 힙합, 알앤비를 더 보여주고, 우리 팀의 색깔을 좀 더 대중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나띠)
이들은 최근 ‘MMA 2023’(멜론뮤직어워드)에서 글로벌 아이콘상을 수상한 후 축하 무대를 꾸몄다. 많은 댄서들과 함께 ‘배드 뉴스’를 선보인 이들에게 MMA 무대는 데뷔 후 가장 큰 무대였다. 대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앞서 멤버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배드 뉴스’가 큰 무대에 어울리는 곡임을 보여줬다. 이들의 무대 영상은 멜론 유튜브 채널에서 18일 현재 120만회를 돌파했다.
벨은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고 ‘배드 뉴스’가 큰 무대에 역시 잘 어울리는 곡임을 알았죠. 그리고 저희 팀 자체가 ‘굉장히 큰 무대에서 놀 줄 아는 팀이구나’라고 깨달았죠”라며 당시 경험을 설명했다.
이들이 1집과 2집 앨범에서 추구했던 주제는 ‘자유’다. 그러다 보니, 무대나 뮤직비디오에서 다소 반항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들에게 ‘쎈’ 이미지를 안겼다. 내년에 나오겠지만, 3집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유지될까.
“자유라는 키워드는 계속 잡고 갈 것 같아요. 그런데 반항은 멈추고, 이제는 조금 다른 면에서 자유를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저희가 굉장히 몽환적이고 여성스러운 면들이 많은 친구들인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그 안에서도 자유가 있을 수 있고, 반항하는 모습도 있기에, 다음에는 조금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 (쥴리, 하늘)
“저희 4명이 다 ‘핫걸(hot girl)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저희가 소프트하게 변해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쉿’이나 ‘배드 뉴스’는 음악이나 퍼포먼스적으로 힘이 들어간 느낌이라면, 이제는 저희가 조금 힘을 빼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내고 싶어요. 그럼에도 대중들이 저희를 보고 자신감과 에너지와 영감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벨)
이들은 올해 7월에 데뷔해 12월까지 두 장의 미니앨범을 내는 과정에서 쉴 틈이 없었다. 앨범 준비도 바쁘지만, 새 앨범 쇼케이스와 음악 방송을 준비하고, 자신들과 앨범을 알리기 위한 홍보 인터뷰도 부지런히 다녔다. 실제 최근 데뷔한 아이돌 그룹 중에 이처럼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매체와 인터뷰한 그룹도 없다.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이들은 굉장히 오랜만에 개인적 시간을 갖게 됐다. 멤버들의 계획은 의외였다. 휴식인지 일인지 묘한 계획이었다. 리더 쥴리는 현재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시간을, 원래 작사가이자 작곡가로 르세라핌 ‘언포기븐’(UNFORGIVEN)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던 벨은 곡 작업에 대한 욕심을, 나띠는 보컬과 언어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를, 이제 내년에 20살이 되는 하늘은 영어 공부와 운전 면허 취득을 목표로 했다.
“저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을 조금 메꾸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다음 앨범을 준비 하는 데 있어서 언제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이 시간을 좀 효율성 있게 잘 사용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해요.”(쥴리)
“저희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달려왔는데, 전 이제 곡 작업을 조금 더 해보고 싶어요. 전에는 곡 작업하는 것이 일이었는데, 데뷔하고 나서는 바뀐 것 같아요. 이게 이제 일이고, 곡 작업은 제가 시간이 날 때 재미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 같아요.”(벨)
“건강관리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보컬이나 언어적인 면에서 연구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딱히 제가 취미가 없어서 취미도 만들고 싶어요.” (나띠)
“(20살이 된다고 해도) 저는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하고 일을 일찍 시작해서 크게 변화되거나, 하고 싶은 일은 없어요. 지금 운전 면허 취득을 준비하고 있고, 이번에 쉴 때 영어 학원을 등록하려고 합니다.” (하늘)
미니앨범 2집까지 내고 솔로곡까지 무려 13곡을 발표한 키스오브라이프지만, 실상 이제 갓 데뷔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이면 2년차 가수가 된다. 데뷔 반년을 돌아본 소감은 어떨까.
“벌서 반년이 됐어요. 굉장히 뿌듯하고 후회 없고 자랑스럽고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년 안에 뭔가 더 했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 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큰 무대에 섰을 때 감정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MMA 무대였어요. 아쉬웠던 것은 ‘확실한 기회’인 것 같아요. 뭔가 ‘(무대에 올라 갈) 기회가 없다’라고 느꼈죠. 저희가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늘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무대에 설 기회가 만들어지게끔, ‘저희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쥴리)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어찌 됐든 대중에게 저희를 충분히 각인시켰다고 생각해요. 이를 토대로 예술로 좀 더 대중을 즐겁게 해드리고, 저희는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야죠. 대중들이 저희를 잊지 않게 하려면 음악, 이미지, 퍼포먼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 반년 동안 즉 (데뷔) 1년 안에 확실히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앞으로 좀 더 보컬을 탄탄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벨)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데뷔한 팀이 2년 안에 대중에게 뭔가 인식시키지 못하면, 중간인 4년차 때 확 터지는 것이 아닌 이상은 약간 흐지부지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데뷔) 초반에 이렇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것을 감사하죠. 그래서 MMA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큰 무대에 섰기 때문인 것 같아요.”(하늘)
“가장 인상 깊은 일은 키스오브라이프의 데뷔죠. 큰 도전을 많이 했지만, 많은 대중이 좋게 봐주시고, 개인적으로 솔로곡이 큰 사랑을 받아서 뿌듯하기도 하죠. 아쉬웠던 점은 컴백 앨범의 다양한 무대를 못 보여줬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나띠)
이들은 향후 목표에 대해 매체 인터뷰나 라디오에서 “코첼라 무대와 빌보드 입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만들어 주는 과정에서 동반자 역할을 하는 이들은 팬이다. 어찌 보면 키스오브라이프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국내외 팬들을 위한 공식 팬미팅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 키스오브라이프 유튜브 채널의 응원 댓글을 보면,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저희가 해외 팬분들이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영상통화밖에 없는데, 그 분들이 ‘여기에서 키오프 난리’ ‘여기 진짜 인기가 많다’라고 하는데, 저희가 전혀 실감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매번 영상통화 때마다 그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해주세요. ‘제발 와 달라’ ‘생각한 것보다 진짜 인기가 많다’라고요. 그러면 저희도 빨리 해외에 가서 저희를 알리고 직접 그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죠.” (쥴리)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지난 2집 쇼케이스 당시가 떠올랐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임에 당황하거나 긴장된 모습이 아닌, 편안함이 느껴졌다. 질문에 정해진 답을 하기도 했지만, 딱 부러지게 정리해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희 멤버 4명이 각자 자리에서는 경력직이라고 생각해요. 트레이닝 생활을 오래 한 멤버도 있고, 나띠 언니는 데뷔를 먼저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음악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워낙 깊어요. 항상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확고하게 있어서, 자기가 누군지 아는 아티스트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신념 있게 말하는 것 같아요. 자신과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 알아요. 또 자신이 표현해서 세상에 보여주려고 하는 욕구가 엄청 커요.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보여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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