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류준열 이어 ‘락’ 연기
1000대 1 경쟁률 뚫고 발탁
‘독전2’의 락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인기 영화의 속편에, 전작에서 활약했던 배우 류준열의 뒤를 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오승훈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독전2’의 주인공이 된 오승훈의 단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독전2’는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독전’의 속편이자 미드퀄이다. 전작은 영화관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지만, 이번 시즌2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를 다룬 영화로,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사라진 락, 그리고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 분)의 전쟁을 그린 작품으로, 오승훈이 전작에서 배우 류준열이 연기했단 락을 이어받아 연기했다.
배우 조진웅, 차승원 등 전편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필두로, 락을 새롭게 이어가게 된 오승훈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한 달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 번의 오디션을 통해 ‘독전2’의 락에 도전한 오승훈은 오디션에서부터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세 번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을 두 번 만났다.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았었다. 오디션 때는 발췌 대본만 봤다. 두 씬만으로 서사와 전사를 다 만들었다. 원래 기술적으로 연기를 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속에 담아야 나올 수가 있는 타입이라 스스로 서사를 만들었다. 제가 봤던 시즌1을 기반으로 하기보단 대본에 적힌 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락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또 어떤 사건을 겪었기에 이런 태도로 말을 할까. 이런 부분에 집중을 하고자 했다.”
류준열과의 비교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승훈은 오히려 류준열의 락을 쫓아가지 않았다. ‘독전2’의 대본에 담긴 락에만 집중하며 부담감을 이겨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독전2’에서 오승훈이 주인공으로 발탁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 캐릭터를 류준열 선배님과 나눈다는 건 설레고 행복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나만의 것으로 다가가야 했다. 감독님께 상의도 했다. 어떤 방향을 원하시는지 여쭤봤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락만 보고 시작하자고 하셨다. 나만의 락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저도 깔끔하고, 냉정하게 나부터 시작했다.”
오승훈이 깊이 있게 파헤친 락의 내면은 ‘쓸쓸함’이었다. 물론 락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진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며 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기 영화의 속편이라는 점도 선택의 한 이유가 됐겠지만, 락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어 더욱 반가웠다.
“학창 시절 운동을 했었다. 농구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포커페이스가 중요했다. 웃겨도 웃으면 안 되고, 표현을 하면 혼나기도 했다.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살았었다. 속에 쌓인 것도 많았다. 락의 인생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감정들이 있었다. 락의 감정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락의 이러한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선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새롭게 합류한 큰칼의 강렬한 비주얼부터 차승원, 조진웅 등 전작부터 참여한 선배 배우들의 열연까지. ‘화려한’ 이 작품에서 오승훈은 반대로 ‘비워내기’를 시도한 것이다.
“표현적으로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다른 캐릭터들이 표현적으로 살아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차분하게 이 작품을 끌고 가고 싶었다. (감정을) 가슴에 담고 눈으로 표현을 하려고 했다. 이러한 부분들이 잘 전달이 됐으면 했다.”
‘독전2’와 오승훈을 둘러싸고 다양한 평들이 오가지만, 오승훈은 이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컸다. 2015년 독립영화 ‘당신의 계절’을 시작으로 영화 ‘메소드’, ‘괴물들’, 드라마 ‘피고인’, ‘붉은 단심’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지금처럼 주목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아 감사했다.
“연기자인데, 꽤 오랜 시간 일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나는 순수하게 연기를 하고 싶은 배우였다. 이번에 장편 한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경험을 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 마음으로 앞으로도 한 작품, 한 작품 소중하게 해나가고자 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설렘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것이 ‘좋은 배우’가 되는 길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의 기쁨도 잘 간직하며 차근차근 작품들을 해나가고 싶었다.
“어느 순간 힘들 때도, 지칠 때도 있지만 캐릭터와 작품 앞에서 겸손해지고 순수해지려고 한다. 늘 천진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배우가 되고 싶다. 장난스러운 천진난만함이 아니라, 늘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싶다. 내가 그래야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 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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