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예지의 예지력>>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미래와 그 파급력을 꿰뚫어봅니다.
KBS, MBC, SBS 3사 연말 시상식 권위가 떨어진 지 오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거대한 자본 투입과 웹예능물의 신선한 시도 사이에서 지상파 예능물이 점점 존재감을 잃고 있다.
그나마 MBC의 경우 간판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 3가 연속 흥행하며 준수한 활약을 거뒀다. 이미 MBC 연예대상은 기안84, 신인상은 덱스와 김대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전현무의 수상이 당연했던 것처럼 말이다.
SBS는 정확히 중간이다. MBC보다는 못하지만 KBS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현재 SBS에는 관록의 예능인들이 주름잡고 있다. ‘런닝맨’, ‘미운우리새끼’, ‘돌싱포맨’ 등 대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시청률과 화제성은 보장한다. 그중 강력한 대상 후보로는 탁재훈이 꼽히고 있다. 사실 지난해에도 탁재훈의 수상이 유력했지만 트로피는 유재석이 거머쥐었다. 한 차례 수상이 불발된 만큼 이번엔 탁재훈이 유력하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진다.
KBS는 지난해에 이어 또 4번 타자가 없다. 주는 사람도 누구에게 줘야 할지, 받는 사람도 받아도 될지 애매하다. 올해 KBS는 연기대상이고 연예대상이고 모두 흉작에 가깝다. 현재 KBS는 ‘불후의 명곡’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들’,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 장수 프로그램들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변변치 않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 중이다.
SBS가 관록으로 채우고 MBC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히트를 칠 때 KBS는 그저 오래된 예능들로 체면 유지만 간신히 하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1234일 만에 부활했지만 이마저도 아직은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개는 훌륭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3%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화제성 높은 ‘옥탑방의 문제아들’, ‘홍김동전’의 시청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나마 대상 후보로 점쳐지는 인물은 김숙. KBS에서만 무려 3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진행 능력, 호감도, 영향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김숙이지만 대상을 받기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3개의 프로그램 모두 김숙이 주축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 그저 중간중간 재미를 가하는 정도다.
김구라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 ‘구라철’에서 “KBS는 진짜 오래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KBS가 어떻게 보면 제일 골치 아프지 않나. 내가 ‘구라철’로 구독자 80만 때리고 KBS에서 프로그램하면 내가 KBS에서 대상 받을 수 있을 정도로 KBS는 무주공산”이라고 평했다. 지금으로써는 KBS는 누가 대상을 받든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줄 사람이 없다면 안 주는 것도 용기다. 누구나 납득할만한 상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줄세우기식 시상 혹은 나눠먹기식 수상보다는 차라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KBS에는 더 필요하다. ‘대상’이라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청자를 위해 노력한 모든 예능인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상식이 될 수는 없을까.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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