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에서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까지 정치권 논란 가열
AI發 가짜뉴스에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대응 주도한 이동관 사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2023년 시작부터 끝까지 한 해를 고스란히 관통한 몇 안 되는 주요 이슈로 가짜뉴스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가짜뉴스 문제는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공통의 위협으로 부상, 그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소관 부처·기관을 중심으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치적 이해와 의도를 놓고 정파 간 대립이 심해지면서 끊임없이 정쟁을 유발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출범 초기부터 가짜뉴스에 칼을 빼 들었던 윤석열 정부가 올해 들어 이 문제에 더욱 천착하게 된 계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였다.
연초부터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우려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야권을 중심으로 들끓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괴담으로 보고 적극 대처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지난 4월 범정부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물론 포털 등 뉴스 플랫폼의 자정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고, AI 가짜뉴스 감지 시스템 개발도 지원했다.
정부의 가짜뉴스 퇴치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 7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후였다.
지명 직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내건 이 전 위원장은 내년도 방통위 예산을 소폭 감액한 가운데서도 가짜뉴스 대응 예산으로 올해보다 4억원 이상 많은 10억2천700만원을 책정했다.
이른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뉴스타파의 허위 인터뷰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 당국의 대응 수위는 더 높아졌다.
방통위는 9월 초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 가동을 알리면서 허위 보도와 같은 악의적 행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곧장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방송·통신뿐 아니라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인터넷 언론에 대해서도 규제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포털을 통해 언론 기사를 접한다는 점에서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주요 포털 사업자의 자율규제 방안 마련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가 참여하는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가 9월 말 출범해 신속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가짜뉴스 신고에 대해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심위가 신속 심의 중’이라고 표시하거나 삭제·차단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들 대책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온라인 기사와 인터넷 매체까지 심의 대상이 대폭 늘어나자 방통위의 월권 논란이 불거졌으나, 방통위는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개·유통되는 정보는 모두 심의 대상이라고 맞섰다.
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 생성·유통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전쟁판은 물론, 미국 정치권까지 뒤흔든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해 합성한 가짜 이미지) 가짜 영상 등의 사례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고, 11월 AI 생성 결과물에 워터마크 표시 제도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조치다.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직전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 못 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시장경제가 위협받게 되며, 미래와 미래세대의 삶 또한 위협받게 된다”며 직접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의 가짜뉴스 드라이브에 반발도 작지 않았다.
가짜뉴스의 위험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여당의 타깃 선정이 ‘정치적이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고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일부 직원들이 원 부서 복귀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심위가 11월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KBS, MBC, YTN[040300]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봐주기 의혹을 보도한 JTBC에 총 1억4천만원이라는 전례 없는 과징금 부과를 의결하자 야권과 해당 방송사 일부는 ‘불공정 심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이 언론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가짜뉴스 대책을 주도하던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자, 이 전 위원장은 국회 처리 직전 사의를 표명해 취임 3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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