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 김사부(‘낭만닥터 김사부’)에 이어 차세음이다. 지난 9일 시작한 드라마 ‘마에스트라’(tvN)에서 이영애가 연기하는 차세음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차세음은 세계적인 지휘자로 20년 만에 귀국해 위기에 처한 한강필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한국 드라마가 여성 지휘자를 조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영애는 표정과 손짓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열정적인 차세음을 제대로 표현한다. 지난 1~2회에서는 차세음이 단원들의 반발에 맞서 오케스트라를 재조합하는 과정이 방영됐다. 여성 지휘자가 부닥치는 위기가 남편의 외도와 과거 애인의 집착이라는 설정은 고리타분하지만, 차세음이 한강필을 개선해가는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개혁원칙1: 연차·친분 배격하라
차세음은 한강필 지휘자가 된 뒤 ‘연차 파괴’ 인사를 단행한다. 최연장자 박재만(이정열)이 맡던 악장 자리를 어려도 실력이 뛰어난 이루나(황보름별)로 교체한다. 박재만은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문제가 있어 현을 제대로 누르지 못했지만 한강필은 어르신 우대, 관행 등의 이유로 모른 척해왔다. 박재만은 “정년까지만 악장을 하게 해달라”고 차세음에게 매달리는데, 차세음은 단호하다. “연차, 친분, 배경보다 실력입니다. (…) 관행대로 하면 한강필은 계속 이 자리입니다!”
개혁원칙2: 실력으로 보여줘라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차세음은 실력으로 누그러뜨린다. 단원들이 그를 거부하는 의미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 음악을 연주하자, 차세음은 음정이 어긋난 부분을 지적하며 원인까지 정확히 짚어낸다. 차세음이 하라는대로 했더니 연주가 훨씬 좋아졌다. “나와 싸우고 싶으면 음악으로 하는 겁니다! 자, 다시 해볼까요?”
개혁원칙3: 대안을 제시하라
젊은 피가 늘 정답인 건 아니다. 실력이 있다 해도 경험은 부족하다. 차세음은 신구세대의 장점을 활용해 협업으로 이끌어간다. 그는 박재만을 찾아가 “악장은 될 수 없지만 좋은 악장은 길러낼 수 있지 않냐”며 이루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팀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대안을 고민한다. 새 이사장이 공연을 취소하자 아트센터 앞마당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놓고 야외 공연을 해낸다.
개혁원칙4: 애정을 가져라
개혁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차세음은 부임 전 단원들의 이름까지 모두 외울 정도로 열심이었다. 단원들한테 “내가 온 이상 한강필은 최고가 될 것”이라며 “함께 해보자”고 의욕을 북돋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차세음은 강마에와 달리 단원의 고충과 어려움을 끄집어내고 바꿔주면서 개인적인 성장을 이루게 해주고 그걸 통해 오케스트라 협업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려준다”고 말했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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