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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 이어 한니발도…덴젤 워싱턴 캐스팅에 ‘인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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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고향 튀니지서 “넷플릭스가 우리 역사 도둑질” 주장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할리우드 흑인 배우 덴젤 워싱턴이 곧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에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니발의 고향인 튀니지 언론과 정치권에서 ‘피부색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카르타고는 고대 페니키아인이 북아프리카 튀니스만 연안에 건설한 도시국가다. 지중해 지역에서 해상무역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세를 넓혔지만, 로마와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쇠퇴해 멸망했다.

한니발은 결국 패하기는 했으나 2차 포에니전쟁에서 활약하며 로마를 맹렬하게 위협한 명장이었다. 기원전 218년 군사와 전투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은 이탈리아 원정이 특히 유명하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튀니지의 프랑스어 매체 라프레스는 덴젤 워싱턴의 캐스팅을 “역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영화를 “사이비 다큐멘터리”로 지칭하며 넷플릭스에 제작 취소를 요구하고 튀니지 문화부에 “우리 역사를 도둑질하려는 시도에 대응하라”고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도 등장해 1천300명이 서명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야신 마미 하원 의원은 “튀니지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시민사회의 반응을 듣기 위한 것”라며 문화부 장관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예트 케타트 구에르마지 문화부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이 영화는 픽션이고 그들의 권리”라며 “한니발은 역사적 인물이고 그가 튀니지인이라는 걸 우리 모두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대신 넷플릭스와 촬영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 시퀀스라도 튀니지에서 촬영하고 튀니지를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튀니지는 최근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인종 논란이나 이주민 혐오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 2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 “불법 이민자들은 튀니지를 아랍 및 이슬람 세계에 속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로 만들려는 속셈”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니발은 오늘날 레바논과 시리아를 포함하는 페니키아 혈통이라는 데 역사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지만, 그의 피부색은 알려진 바가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 공개한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에서도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 역할에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를 기용했다가 이집트 정부로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성명에서 “클레오파트라의 피부색이 밝고 그리스계 특성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dada@yna.co.kr

연합뉴스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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