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7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극 중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바뀌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국상 국방부 장관 역을 맡은 배우 김의성은 지난달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처음 받았던 ‘서울의 봄’ 시나리오에는 다 실명으로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근데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인물들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제작진은 실명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의 봄’에서는 전두환은 전두광으로,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이태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정상호,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공수혁,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오국상으로 제작됐다.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김성수 감독은 지난달 진행된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에서 “역사 속에서 출발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물의 모습으로 가다 보니까 내가 변형시킨 인물이기에 이름을 바꾸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은 이름을 많이 바꿨다”며 “첫 시나리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이후 상상을 가미해 각색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물들의 이름을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 영화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김규평으로 바꿨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곽상천으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전두혁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우민호 감독은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바꿔 영화적인 창작 자유권을 보장받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계에 이 같은 관행이 자리 잡은 데에는 법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26 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2005)’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박지만은 “실존 인물을 영상 표현물로 재구성할 때 인격권 침해나 명예훼손이 되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박지만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영화에 삽입된 장면 3가지를 삭제한 뒤 상영하라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제작자 입장에서는 창작물에 상영·방영금지 가처분이나 소송이 제기되면 그 자체로 피해를 받게 돼 실명을 쓰지 않고 허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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