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중국계 할리우드 배우 시무 리우. 영화는 마블이 처음으로 아시안 히어로 배우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가 흥행하며 배우 시무 리우의 인지도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랐는데, 이런 그의 사생활에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무 리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자친구와의 행복한 나날을 공개 중이다.
넘치는 애정을 숨기지 않고 대중 앞에 나서고 있는 시무 리우는 최근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신작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리뷰] ‘시뮬런트’, AI 외피 안에 담긴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
기억을 잃는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다. 기억의 부재는 곧 감정의 상실을 의미하기에 그렇다.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쌓아온 기억이 전부 지워질 위기에 놓인 AI는 울부짓는다. 제발 기억을 지우지 말아달라고 몸부림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에 그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기억은 인간을 인갑답게 만드는 ‘감정의 동력’이기도 하지 않나.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시뮬런트’가 앞서 봐왔던 작품들과 결정적인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은 자유 의지를 갖게 된 AI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점에 있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든 다가올 세상을 다루는 영화가 사실은 현실과 깊이 맞닿은 감정의 서사로 읽히는 이유이다.
●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그 화두를 뛰어넘는 ‘사랑’
‘시뮬런트’가 지난 2일 개봉해 새로운 SF장르이자 사랑을 녹여낸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 소재라는 외피 속에 ‘영원한 사랑’을 원하는 주인공들의 절절한 사랑이 각기 다른 색채로 담겨 있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이야기를 쌓아간다. 이탈한 AI를 추적하는 특수요원 케슬러(샘 워싱턴)와 사고로 잃은 남편을 AI로 만든 아내 페이(조다나 브류스터)의 서사다.
요원 케슬러는 3년간 통제 시스템에서 사라진 AI 에스메(알리시아 산스)를 가까스로 추적해 체포한다. 에스메는 해킹을 통해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사랑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개조된 상태. 그림을 그리고 일기도 써왔던 에스메의 행동은 자유 의지를 갖게 된 AI의 등장을 알린다. 이내 그 해킹을 주도한 인물이 AI 개발을 이끌어온 천재 과학자 케이시(시무 리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페이는 죽은 남편 에반(로비 아멜)과 영원히 함께 있길 바라면서 남편을 AI로 만든다. 매일 과거 사고에 대한 악몽을 꾸는 에반은 정작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페이 역시 남편과 똑같이 생긴 AI가 진짜 남편은 아니라는 딜레마에 빠져든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페이는 자신을 찾아온 케이시에게 에반을 맡긴다.
케슬러와 페이, 케이시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곧 우리 앞에 다가올 ‘현실’이기도 하다.
AI를 다룬 대다수 영화들이 조금 더 먼 미래를 배경으로 아포칼립스의 세상에 주목해 비극성을 띄지만 ‘시뮬런트’의 선택은 다르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을 배경 삼은 덕분에 인물들의 이야기에 현실적인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속 갈등은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계된 AI들이 자율성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통제에서 벗어난 AI를 만든 건, 정작 AI 개발을 주도해온 과학자 케이시. 복제인간이 인간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
그런 케이시로 인해 ‘해방’된 에즈메는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고, 한편으로 아내와 떨어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에반은 자신만의 ‘영원한 사랑’을 선택한다.
● AI 감정의 설계자, 케이시… 주목할 만한 캐릭터
‘시뮬런트’에서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시무 리우가 연기한 케이시다. 점차 발전하는 AI 개발을 이끌면서 가장 눈부신 능력이 장착된 7세대 개발까지 주도하지만, 그 역시 딜레마를 겪는다. 결국 AI가 정보를 새롭게 판단하도록 재설계하는 그는 ‘AI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준 해커’로 정체성을 바꾼다. 일종의 ‘구원자’이자 ‘해방자’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케이시는 아내와 잠시 이별한 에반에게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선물한다. ‘죄와 벌’ 등 작품으로 ‘인간성’에 관해 집요하게 탐구한 대문호의 책을 AI에게 건네는 이 짧은 장면은 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여는 열쇠를 ‘감정’과 ‘사랑’에서 찾고자하는 영화의 지향이 드러내는 결정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시무 리우는 마블 시리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와 ‘바비’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는 배우다. 이들 영화에서 주로 액션 등 장르에 주력했지만 이번 ‘시뮬런트’에서는 출세작인 드라마 시리즈 ‘김씨네 편의점’에서 보인 다층적인 매력까지 녹여내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이 정착한 작품 속 세상을 관객에 소개하는 안내자 역할은 케슬러 역의 샘 워싱턴이 맡았다.
AI에 의해 어린 아들을 잃은 아픔을 지닌 그는 감정을 갖게 된 AI 에즈메를 조사하면서 작은 감정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아바타’ 시리즈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샘 워싱턴의 건조한 표정 속에 숨은 애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관객에게 색다르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안긴다.
‘시뮬런트’는 SF장르가 아닌 사랑의 이야기로 바라볼 때 영화의 감성이 확연히 달라진다. 근미래 인공지능 소재를 통해 인간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교류를 AI라는 인위적인 존재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연출을 맡은 에이프릴 뮬렌 감독은 ‘빌로우 허’ 등 작품으로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영화에 담아왔다. 이번 ‘시뮬런트’로도 그 세계관을 이어간다. 규모를 키워 화려한 미래 세상을 펼치는 대신 인간을 넘어 AI들의 감정에 집요하게 집중해 구축한 서사로 섬세한 감수성을 드러낸다.
영화의 말미, 에즈메가 맞이하는 상황은 ‘시뮬런트’의 잔향을 오래 남게 한다.
감독: 에이프릴 뮬렌 / 출연: 샘 워싱턴, 시무 리우, 조다나 브류스터, 로비 아멜 외 / 개봉: 11월12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SF, 드라마 / 러닝타임: 9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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