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과 본격 로맨스 시작
배우 정유민이 뜻밖의 고뇌에 빠진 인물의 감정선을 완벽히 전달했다.
지난 4, 5일 방송된 MBN 주말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 3, 4회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 한이주(정유민 분)가 서도국(성훈 분)과의 로맨스에 빠져들며 혼란을 겪는 과정이 그려졌다.
한이주는 앞서 가족들과 약혼자에게 버림 받고 목숨까지 잃게 된 비련의 인물에서 탈피, 기적적으로 살아나 1년 전으로 회귀한 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유민은 이전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눈빛과 표정 연기로 한이주의 변화를 표현,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늘 비위를 맞춰야 했던 예비 시어머니 최재숙(김예령 분)에게 “구질구질해. 빨대를 꽂으려거든 아드님 등에 꽂으세요”라고 쏘아 붙이는 대목은 최고의 ‘사이다’ 장면에 등극했다.
비참했던 죽음의 순간을 다시 떠올린 한이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깊이 다짐했고, 서도국의 어머니 차연화(이미숙 분)에게 접근해 결혼 허락을 받아내려 애썼다. 서도국을 사랑하는 척 연기하고 있지만 감정의 이끌림을 차마 부정하지 못하는 한이주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며 보는 이들을 감정 이입하게 했다.
한이주는 서도국이 자신을 위해 마련해준 집에서 지내게 됐고,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 듯 말 듯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정유민의 호연은 두 주인공 사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로맨스에 설렘을 더했다.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협력한 한이주와 서도국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흥미진진한 전개가 진행됐다.
이어진 4회에는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상견례까지 거침없이 추진하는 한이주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의 숨통을 조여 왔던 새어머니 이정혜(이민영 분)의 약점을 잡아 꼼짝 못하게 한 한이주의 도발은 안방극장에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내듯 “더 건드리지 말라고요, 나를”이라며 분노를 억누르는 정유민의 연기는 ‘흑화’ 이후 더욱 단단해진 한이주 캐릭터의 강인한 면모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이주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한이주는 서도국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다가 스스로 놀라서 표정을 지우는 등 그에게 가까워져 가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했다. 평소에는 차가운 이미지에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지만 서도국 앞에서는 부드러워지는 한이주의 두 얼굴을 모두 보여준 정유민의 캐릭터 소화력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한이주는 자꾸만 기울어져 가는 마음을 다잡고 서도국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계약 관계가 아닌 ‘진짜 결혼’을 원한다는 서도국의 말에 동요한 한이주는 “우리 사이에 있는 선, 지켜줬으면 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형 서정욱(강신효 분)과 직접 만나 서도국을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등, 그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숨기지 못했다.
이처럼 정유민은 불장난 같은 사랑에 빠져가는 한이주의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해내며 몰입감을 높였다.
한이주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는 서도국을 진심으로 걱정했고, 선을 넘지 말아 달라는 엄포와는 다르게 자신이 먼저 그에게 다가간 한이주의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 진전을 기대하게 했다.
김현숙 MK스포츠 기자(esther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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