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유튜브 중심으로 코미디 재편…새로운 트렌드 모색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온 가족이 함께하는 웃음을 추구하는 ‘개그콘서트’, 누가 더 크게 웃길지 코미디언들이 대결을 벌이는 ‘코미디 로얄’.
방송사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잇달아 신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수년간 이어진 침체기를 끝내고 코미디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 프로그램의 플랫폼에 차이가 있고 목표로 하는 시청자와 내세운 강점도 다른 만큼 개성을 발휘해 코미디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줄지 주목된다.
◇ 가족 모두가 웃을 수 있고 신인 위주인 ‘개그콘서트’
5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2020년 6월을 끝으로 시청자의 곁을 떠났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방영을 이달 12일 재개한다.
500명의 일반 방청객을 초청해 이달 1일 진행한 공개 녹화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코미디를 향한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보여주듯 정원의 다섯 배가 넘는 2천614명이 방청을 신청했다.
3년 반 만에 이뤄진 만큼 녹화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다. 코너를 시작할 때 음악이 제때 나오지 않거나 출연자의 얼굴에 부착한 마이크가 땀 때문에 떨어져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등의 해프닝이었다.
실수에도 박수를 보낸 관객의 격려에 힘입어 녹화는 무사히 마무리됐고, 편집을 비롯한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출을 총괄하는 김상미 책임프로듀서(CP)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새로 출발하는 ‘개그콘서트’의 특징을 “주말 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웃음을 위해 과감하고 선정적인 소재도 마다하지 않는 유튜브나 OTT와 달리 ‘개그콘서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편안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취지다.
신인 위주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원효, 정범균, 정태호, 박성호 등도 출연하지만, 대다수 코너의 중심에는 신인 코미디언이 기용됐다.
◇ 베테랑 코미디언들의 웃음 대결 ‘코미디 로얄’
‘개그콘서트’가 편안한 웃음과 신선한 얼굴을 내세운다면 넷플릭스의 ‘코미디 로얄’은 강한 웃음과 이미 검증된 캐릭터를 가진 베테랑을 전면에 세운다.
넷플릭스는 28일 공개 예정인 ‘코미디 로얄’을 “넷플릭스 단독 쇼를 론칭할 기회를 두고 K-코미디를 대표하는 20명이 나이, 경력, 계급장을 떼고 붙는 웃음 배틀”이라고 규정했다.
인기 있는 코미디언들이 모여 누가 가장 큰 웃음을 줄지 대결을 벌인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인물에게 향후 제작될 넷플릭스 단독 쇼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
코미디의 대부 격인 이경규와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 공개 코미디의 황금기에 활동한 문세윤·이용진·황제성·이상준·김두영, 유튜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엄지윤·나선욱 등 쟁쟁한 출연진이 나선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OTT의 특성상 높은 수위의 코미디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된 코미디…변화한 트렌드 수용이 관건
코미디 프로그램은 과거 ‘개그콘서트’뿐 아니라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의 ‘코미디빅리그’ 등이 각축을 벌이며 제각기 큰 인기를 누렸으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쇠퇴했다.
MBC는 2014년 종영한 ‘코미디의 길’ 이후로는 지역 방송국을 제외하면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겼다. SBS에서는 2017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이후 코미디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그콘서트’의 침체기에 높은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빅리그’ 역시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다 올해 9월 13일을 끝으로 방송이 잠정 중단됐다. 휴식기를 가진 후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를 제외하면 코미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공백기에 유튜브의 짧은 스케치 코미디가 급격히 성장했다.
무대를 잃은 신예 코미디언들은 대거 유튜브에 진출해 참신한 아이디어의 코미디로 주목받았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웃기시네’ ‘싱글벙글’ ‘하이픽션’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 다시 코미디의 중흥기를 이끌기 위해서는 과거 폐지된 프로그램들에 쏟아졌던 ‘식상하고 재미없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재현 ‘개그콘서트’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와 관련해 “공개 프로그램만 코미디였던 시대가 있었다”며 “비교할 레퍼런스(참고할 창작물)가 비슷한 것뿐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땐 눈을 가리고 앞으로만 달려간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시장이 발전하고 OTT 덕분에 다른 코미디의 붐이 있다”며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식상함을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aeh@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