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활동 기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넘어 최근엔 아예 ‘활동 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짧아지는 활동 기간에 아쉬움을 내비치던 것과 달리, 활동 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다.
현재 아이돌 활동 기간은 보통 음악방송 출연 기간으로 잡는데 대부분 1~2주 내에 활동을 마무리한다. 과거 한 곡으로 짧게는 4주, 길게는 몇 달에 걸쳐 활동하고 심지어 타이틀곡 활동이 끝나면 해당 앨범의 후속곡 활동까지 겸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제 익숙한 것이 됐다. 2010년대를 시점으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해 벌써 10년이 넘게 자리 잡은 시스템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음악 트랜드와 이에 따른 싱글 앨범의 보편화가 이끈 현상이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론 음악의 생명력이 짧아진다는 우려도 꾸준히 존재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곡들이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수들과 작곡가들은 꾸준히 곡을 탄생시키고 버리고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트렌드가 그렇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음악이 인스턴트 식품 취급을 당하면서 짧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엔 활동 기간이 짧아지다 못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음원만 발매하는 식이다.
지난달 20일 새 싱글 ‘따라랏’을 발매한 여자친구 출신 가수 유주도 음악방송 활동은 생략했다. 그렇다고 아예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유주는 유튜브나 챌린지 영상 등 OTT, SNS 등을 통해 신곡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신곡 발매 인터뷰에서 “음악방송 활동은 없지만 퍼포먼스는 준비했다”면서 “다양한 무대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뉴이스트 출신 백호도 최근 솔로 앨범을 발매하면서 활동 기간이라는 개념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방송 활동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이번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최대한 여러 방면으로 대중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오래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들이 음악 방송으로 규정되는 ‘활동 기간’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배경에는 유튜브나 틱톡, SNS 플랫폼의 활성화가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주로 소비하는 채널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실제 많은 아티스트가 SNS 플랫폼을 통해 역주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심지어 많은 비용이 필요한 음악방송 무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SNS 플랫폼 활용도가 높은 만큼 아이돌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과거 방송 외엔 활동 통로가 없었던 것과 달리 다양한 채널이 생겼기 때문에 아이돌을 중심으로 활동 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며 “음악 방송이 아니어도 홍보할 수 있는 통로가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오히려 하나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더 길게, 혹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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