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튜디오피닉스, SLL |
우리는 웃지만, 그는 진지하다. 한없이 진지한 그의 얼굴은 우리에게 코믹이었다가 로맨스였다가 미스터리였다가 온갖 장르를 섭렵하는 전천후다.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극본 이남규, 연출 김석윤)의 한지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방 소도시인 무진에서 동물병원을 하는 수의사 봉예분이 우연히 별똥별을 맞은 뒤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생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힙하게’에서 한지민이 주인공 예분으로 나서 말 그대로 힙한 웃음을 한껏 선사하고 있다. 초능력을 써서 문장열(이민기) 형사의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예분은 한 번도 진지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진지함이 무색하게 허당미를 폭발하는 예분을 보며 시청자들을 웃고 또 웃었다.
사실 예분뿐 아니라 ‘힙하게’에서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진지하지만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니 많은 시청자들이 ‘힙하게’를 보다가 배꼽을 잡기 일쑤다. “이거 완전 ‘또드’(또라이 드라마) 아니야?!” 같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힙하게’가 출구 없는 미친 매력을 보여준다는 의미다.시트콤에 일가견이 있는 콤비 제작진 덕분이기도 하다. 이남규 작가와 김석윤 PD는 드라마와 영화도 함께 했지만 ‘올드미스 다리어리’와 ‘청담동 살아요’로 시트콤도 같이 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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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힙하게’에서는 한지민이 핵심축이 아닐 수 없다. 진지하지만 웃긴 ‘힙하게’라는 태풍에서 한지민은 태풍의 눈이다. 한계 없는 능청스러움으로 첫 회부터 팬들의 마음을 강탈한 한지민이 구심점이 되어서 ‘힙하게’가 유쾌한 웃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사이코믹(사이코메트리X코믹) 스릴러를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한지민이 사이코믹을 담당하는 예분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면 조연 배우들이 주는 웃음이 겉돌며 제 평가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지민이 길을 제대로 터주지 못했다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신스틸러로 떠오른 주민경과 김용명을 비롯해 박혁권 등이 오히려 과하다는 혹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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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한지민이 ‘힙하게’에서 절대적이다. 다양한 장르로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한지민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허당 초능력자로 망가짐을 불사하는 한지민의 코믹 연기는 압권이다. 김선우(수호)를 바라보며 핑크빛 설렘을 풍길 때나 할아버지(양재성)와 미묘하고 냉랭한 관계를 그릴 때 등 상황마다 노련하게 연기 스위치를 돌리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시키는 것에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엄마(최정인)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비밀을 파헤치다 “상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더 상처받았다. 또 할아버지와 오해를 풀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살해되고 말아 아픔이 배가됐다. 거듭 무너지고 눈물짓게 되는 한지민은 진지하게 슬픔의 심연을 느끼게 하면서 ‘힙하게’가 언제 그렇게 코믹했나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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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이 동안 미모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누구와도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드라마에 푹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시청자들은 예분이 티격태격하던 장열과 어느덧 애틋하게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이자 둘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는 것일까 하며 기대감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분이 꾸준히 극호감을 표시하는 선우와 그리는 투샷도 보기 좋아 선우와의 가능성도 계속 열어두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지민은, 앞서 ‘우리들의 블루스’(2022) 등에서도 그랬고, 오랜 절친 배옥희(주민경)나 이모(박성연) 등 여성 등장인물들과의 호흡에서도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느끼게 해준다. 한지민만의 인간적이고 친근한 매력이 그를 향한 애정을 더욱 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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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한지민의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모를 수가 없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를 함께 하며 한지민을 잘 파악한 제작진은 이번에 한지민의, 한지민에 의한, 한지민을 위한 드라마를 내놓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미(美)친 진지함으로 열연하는 한지민을 보며 웃다 울다 하며 들썩거리고 있다.
이제 ‘힙하게’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한지민의 남은 활약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지는 것인지, 무당 아저씨(박혁권)일지 선우일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예분이 어떤 앞날을 맞이하게 될지에도 궁금증이 쏠린다. 허당이지만 ‘초능력 히어로’로 범죄 수사에 일조하던 예분에게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남은 4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힙한’ 인생캐릭터를 만든 한지민의 피날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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