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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生 백호와 1995년産 ‘엘리베이터’, 이렇게 절묘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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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베이터' 퍼포먼스 필름
/사진=’엘리베이터’ 퍼포먼스 필름

뉴이스트의 메인보컬 출신 백호는 지난달 31일 박진영의 노래 ‘엘리베이터’를 리메이크한 ‘엘리베이터’를 발매했다. ‘엘리베이터’는 박진영이 1995년 발매한 정규 2집 ‘딴따라’의 타이틀곡이다. 백호 역시 1995년생이다.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쳐 운명처럼 만난 백호와 ‘엘리베이터’는 예상을 뛰어넘는 절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1995년의 ‘엘리베이터’와 2023년의 ‘엘리베이터’가 관통하는 키워드는 섹시함이다. ‘엘리베이터’는 박진영에게 ‘야한 남자’라는 별명을 안겨준 노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 우린 사랑을 나누지”라는 섹슈얼한 가사와 더불어 여성 댄서와의 관능적인 페어 안무는 지금 봐도 파격적이다.

2023년의 백호 역시 그 섹시함을 그대로 가져왔다. 원곡을 상징하는 후렴구가 대표적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 우린 사랑을 나누지 / 그 누구도 모르게 /비밀스러운 사랑을 / 엘리베이터 안에서 / 우린 사랑을 나누지 / 지하에서 위층까지 / 벨이 울릴 때까지”라는 원곡의 후렴은 백호의 ‘엘리베이터’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에서 원곡자 박진영을 오마주하며 존경을 표했다. 양팔과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퍼포먼스, 검은색 민소매 크롭 상의 등이 대표적이다. 올드스쿨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백호의 ‘엘리베이터’ 안무는 그 시절의 박진영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엘리베이터’ 원곡은 “우리는 느꼈어 /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우린 느꼈어…그녀가 먼저 살며시 내게 기댔어 / 와 두 뺨에 흐르는 눈물”처럼 말하는 듯한 빠른 랩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청자와 대화하듯 노래가 흘러간다.

반대로 백호는 박력 넘치는 보컬과 자신감 있는 추임새로 간결하게 가사를 구성했다. “문이 열리고 Umm / 심장이 내려앉지 / 눈이 마주치면 Boom! / 터져야 당연하지”라며 멜로디 위주로 소리가 뻗어나간다. 대중적인 코드로 전개되는 간결한 멜로디는 후렴 못지않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그 결과 곡의 길이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는 4분 20초지만,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2분 43초에 불과하다. 최근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살린 것이다.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매력인 후렴구는 더욱 부각된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는 도입부의 후렴구 이후 1분 30초가 돼서야 후렴구가 다시 등장한다.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원곡과 마찬가지로 후렴구로 곡을 시작하지만 원곡보다 30초 앞선 1분 즈음 다시 후렴구가 나온다.

백호는 짧은 타임라인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다. 백호의 목소리는 목을 긁는 듯 거친 소리를 내다가도 어느새 귓가에 속삭이듯 간지럽게 변한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폭발적인 고음으로 순식간에 청자를 빨아들인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가 상대와의 작은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설명하는 장편 소설이라면 백호의 ‘엘리베이터’는 상대의 마음을 확신하고 간결하게 풀어가는 단편 영화에 가까운 셈이다.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리메이크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요즘 가요계에서 백호의 ‘엘리베이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원곡이 가진 섹시한 무드는 백호를 통해 반복(RE)됐다. 동시에 트렌디한 화법이 더해지며 ‘엘리베이터’의 새로운 매력이 창조됐다. 백호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섹시한 이미지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한층 강해졌다. 여기에 올드스쿨 바이브라는 새로운 모습이 추가돼며 백호의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추가됐다.

1995년생 백호와 ‘엘리베이터’의 절묘한 조합은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주며 모두를 향한 문을 활짝 열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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