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향했지만, 애매한 전개에 ‘아쉬움’ 산 ‘마녀사냥’ 시리즈
TV 콘텐츠에 비해 소재 및 표현 수위가 자유로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한층 적나라하고, 강렬한 표현을 무기 삼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이 가운데, 성(性)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19금 콘텐츠’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외면하고 농담 수준의 얕은 전개를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마녀사냥 2023’이 최근 공개를 마쳤지만,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내진 못 했다. 지난해 ‘마녀사냥 2022’에 이어 두 시즌 내내 시청자들의 애매한 반응을 얻게 됐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JTBC를 통해 방송된 ‘마녀사냥’이 OTT를 통해 부활을 하게 되면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는데, 결국 우려의 시선이 맞아 들어간 셈이다.
당시에만 해도 신동엽, 성시경을 필두로 허지웅, 유세윤 등 화끈한 입담의 소유자들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19금을 표방한 솔직한 연애 토크를 나누는 것이 드문 일이었다. 당시의 ‘마녀사냥’은 콘셉트 자체만으로도 분명한 차별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솔직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19금 연애 토크 프로그램들이 이미 여러 차례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TV 프로그램보다 더 자유로운 OTT라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좀 더 과감하고, 또는 깊은 이야기를 통해 성을 제대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것이라 봤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티빙의 ‘마녀사냥’ 시리즈는 결국 과거의 겉핥기식 토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는 이미주가 여성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를 낯부끄러운 이야기로 취급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남자는 성관계를 할 때 여자의 기분이 좋은지 모르나요?”라고 질문하자 신동엽 등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미주가 “여자들은 기분이 좋으면”이라고 몸의 변화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자 ‘삐처리’를 하며 대화가 마무리됐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마녀사냥’ 시리즈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못 하면 어디서 하냐”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던 것. 결국 성에 대한 진지하고 또 전문적인 이야기까지는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마녀사냥’ 시리즈가 기존의 프로그램과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만 보여준 셈이다. 이 과정 전체를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성 이야기를 농담처럼 다루며 스스로 깊이감을 떨어뜨린 것은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넷플릭스의 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만편의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또한 전 시즌 격인 일본편에서 지나치게 얕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었다.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자’라는 의도와 함께 일본의 성 산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AV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산업 내 뿌리 깊은 문제는 외면해 ‘이를 미화하는 건 옳지 않다’라는 항의가 이어졌었다.
TV 플랫폼에서는 물론, OTT들까지 ‘19금’을 표방하는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전히 성 관련 대화는 음지에서만 이뤄지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없진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2015년 JTBC의 ‘마녀사냥’이 종영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가 탄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농담 그 이상의 진지한 이야기로 그간의 프로그램들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새로운 19금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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