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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마스크걸’ 속 새 얼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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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고현정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고현정은 고현정이었다. 많지 않은 대사, 분량임에도 강렬한 새 얼굴을 남겼다. ‘마스크걸’의 결을 확실하게 장식한 고현정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극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작품은 이한별, 나나, 고현정까지 세 명의 배우가 주연 김모미를 연기했다. 고현정은 극 중 세 번째 김모미 역을 맡았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 딸을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엄마 김모미를 열연, 짧은 분량임에도 ‘마스크걸’의 엔딩을 강렬하게 장식했다.

고현정은 “저한테 이런 작품이 들어왔다고 회사에서 들었고,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좋다고 했다. 사실 SNS나, 개인적으로 저를 알리는 활동을 한 게 없다. 뭘 좋아하는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릴 기회가 없었음에도 ‘하고 싶었던 장르물’이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기대’였다. 그는 “이 작품을 잘하면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제의를 받지 않을까란 기대가 있었다. 장르물도 좋고, 기존의 저에 대해서 갖고 있던 이미지, ‘고현정을 이렇게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란 면에서 기대를 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짧은 분량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아니었다고. 고현정은 “조금 나오느냐 많이 나오느냐 중요한 게 아니라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 3번째 모미는 제 나이대에 딱 맞는 배역이었고, 진짜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마스크걸 고현정 / 사진=넷플릭스 제공

고현정이 보여준 김모미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10년 간 수감돼 척박한 삶을 사는 인물이었다. 굴곡진 인생사를 뒤로하고 교도소에서 속죄하려 하지만, 딸이 위협을 받자 탈옥을 감행했다. 고현정은 이러한 김모미 역을 위해 “늘 연기하면 나왔던 나의 모습들, 표정을 어떻게 하면 안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고현정이 아닌 김모미의 삶으로, 척박하고 버석버석하게 표현된 ‘얼굴’은 강렬했다. 고현정은 “제 삶이 버석버석하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내 진지해진 고현정은 “머리도 짧게 잘랐고, 다크서클, 기미 분장도 더 세게 했다. 첫 촬영을 할 때 ’10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에 집중했다. 춤과 노래를 잘하는데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성형할 정도였던 주변을 의식했던 사람이 10년 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면 쉬고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마지막에 딸 대신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는 대사가 있었는데 없앴다. 현실적으로 보면 딸이 무사한 것만 확인하려 하지 않을까. 이후 피 토하고 쓰러지는 부분 등 김모미에 있어 조금의 여지도 두지 않고 심플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모미의 ‘모성애’도 다른 결로 그려졌다. 고현정은 “현실적이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이미 모성을 다룬 작품이 많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나왔다. 그렇다면 ‘마스크걸’ 속 김모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현실적인 팩트에 집중한 거다. 김모미 상황에서 모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감성적인 것을 우선 하지 않는 점이 ‘마스크걸’이라고 생각했다. 혹여 조금이라도 감성이 진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촬영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마스크걸 고현정 / 사진=넷플릭스 제공

작품 전체 결을 중요시했던 고현정은 스턴트 대역 없이 밧줄을 타고 올라가거나, 아스팔트에 얼굴을 대는 등 몸을 내던졌다. 고현정은 “당연했던 것”이라며 단호히 말했다. 이어 “작품마다 분위기, 팀의 분위기도 있지 않나. 모든 배우들이 더 열심히 못해서 후회하는 분위기여서 저 또한 너무 좋았다. 저도 그 분위기에 녹아들었던 것 같고. 감독님의 디렉션과 배려가 세심했다”고 겸손해했다.

고현정이 말했듯 ‘마스크걸’ 속 배우들은 감탄을 부르는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초반부와 중반부 김모미를 연기한 배우 이한별, 나나와 더불어 안재홍, 염혜란을 향한 호평이 뜨겁다.

나나, 이한별의 연기를 본 고현정은 “훌륭하고, 너무 놀랐다. 이한별은 데뷔 작품이 아닌 줄 알았다. 나나는 촬영장에서 항상 김모미였다.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고, 심플하면서 표현할 것만 표현하더라. 굉장히 세련된 연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극찬했다. 염혜란과 안재홍 역시 호평이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는 그다. 다른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고현정은 “다른 배우들을 붙여놓고 보니 월등히 잘해 더 과격하게 했어야 됐나 후회가 될 정도”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마스크걸’ 속 파국은 외모지상주의, 외모콤플렉스로부터 비롯됐다. 핵심 메시지인만큼 고현정은 “외모지상주의는 저와 너무 상관있는 일이다. 외모적인 평가를 늘 갖고 있지 않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금 받는 이 찬사들을 언제까지 끌고 나갈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 어떻게든 제 콤플렉스를 이겨내려고 하지 않는다.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예전에 몸이 진짜 아플 때 정말 웃긴 걸 유튜브에서 봤다. 너무 아프다가 그 장면을 보고 깔깔 웃었는데 그 순간 안 아프더라. 심리적인 문제였다. 콤플렉스, 스트레스가 오면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고현정은 “과거, 연기가 화제 돼야 하는데 개인사만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 중간에 좀 아팠던 원인이기도 했다. 작품을 안 하는 동안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저는 저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면에서 제가 선택한 연기도 떼레야 뗄수 없게 됐다. 건강해진 만큼 여기저기 (작품에)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이번 ‘마스크걸’을 통해 더욱 연기가 ‘동반자’로 느껴졌다는 고현정이다. 뗄려고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연기는 뗄 수 없던 것이라고. 고현정은 “그 생각을 너무 늦게 한 것 같다. ‘마스크걸’은 저한테 가능성을 많이 열어준 작품이기도 하다”며 “‘마스크걸’의 엔딩을 보고 모든 것이 가능했을 시기로 돌려놓은 것 같아 너무 좋더라. 썩 괜찮은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에 일환이라는 게 너무 좋고, 집 안에 경사가 난 것처럼 좋았다. 연기를 더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고현정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문제, 누구나 자신의 마스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쓰고 있는 마스크는 어떤 것인지, 뗄 수 없는 문제 혹은 콤플렉스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직면해 봤으면 좋겠다. 전 ‘마스크걸’이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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