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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규정하는 건 무엇인가…영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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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카데미 8관왕 작품…쓰마부키 사토시·안도 사쿠라 주연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리에(안도 사쿠라 분)는 시골 마을에서 작은 문방구를 하며 살아가는 젊은 여자다.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단골이 된 다이스케(구보타 마사다카)와 사랑에 빠진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이혼 후 아이까지 잃은 그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순박한 다이스케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둘은 얼마 안 가 결혼한다. 어여쁜 딸도 얻는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가정적이고 다정한 다이스케 덕에 집은 늘 정답다.

리에에겐 이 정도 행복도 사치였을까. 다이스케가 산업재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리에는 또다시 불행 속으로 침잠한다.

하지만 하늘은 이 정도에서 불행을 끝내주지 않는다. 리에의 아주버니가 나타나 다이스케의 사진을 보더니 자기 동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리에가 사랑해 마지않고 자식까지 나눠 가진 그 남자는 그럼 누구란 말인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한 남자’는 다이스케를 사칭하며 살다 갑자기 죽어버린 한 남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감독의 전작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처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스토리만 보면 언뜻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가 떠오를 수 있지만 극 중반부를 넘어가면 생각이 서서히 바뀐다. ‘한 남자’는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이는 과연 누구이며, ‘진짜 나’란 것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고난 신분의 감옥에서 지독히도 벗어나고 싶었던 가짜 다이스케를 통해서다.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정체를 쫓는 사람은 변호사 키도(쓰마부키 사토시)다. 리에의 의뢰를 받은 키도는 가짜 다이스케를 ‘X'(엑스)라 부르기로 하고, 진짜 다이스케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는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몇 년 동안 다이스케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X가 다이스케를 살해하고 신분을 빼앗아 살아왔을 것이라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키도는 X가 누구인지도 파고든다. 그러면서 서서히 X가 과거 느꼈던 감정에 동화된다. 그가 그토록 자기 인생을 버리고 싶어 했던 이유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X가 자신에게 새겨진 낙인을 지워낼 방법은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살거나 혹은 죽거나, 둘뿐이었다.

극 중 키도는 재일 한인 3세로 나온다. 그 역시 바꿀 수 없는 정체성 때문에 차별과 혐오에 시달린다. 장인은 “3세면 일본인이나 다름없다”고 선심 쓰듯 말하고, 범죄자마저도 “조센징 주제에 날 무시하느냐”고 소리친다. 뉴스에는 극우단체의 혐한 시위에 관한 보도가 나온다.

키도가 자신이 일본인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키도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아이덴티티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체로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제 일본에서는 ‘조하쓰'(じょうはつ·증발)라 불리는 자발적 실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된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하고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한 이후 매년 수만 명이 자의로 사라진다고 한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이 자신을 설명해주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숨어 버리는 근본적 이유는 X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남자’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작가 히라노 게이치의 동명 소설을 뼈대로 했다. 히라노가 자주 언급하는 분인주의(인간은 타인과 맺는 관계에 따라 자아가 달라지고 그 자아의 총합이 개인의 특성을 이룬다는 관점)가 이 영화의 요체다. 감독은 우리가 가진 수많은 얼굴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79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주요 8개 상을 휩쓸었다.

‘우행록’에 이어 다시 한번 이시카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쓰마부키는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경계선에서 표류하는 키도 역을 맡아 극을 이끌며 감독의 페르소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2018), ‘괴물'(2023) 등으로 유명한 안도 역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리에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X역의 구보타까지 3인방의 연기 앙상블을 감상하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다.

8월 30일 개봉. 122분. 12세 관람가.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한 남자’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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