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일”…변산 수놓은 이준익 감독의 말말말
“노을 마니아이자 부안의 학수로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부안을 영화로 만들어준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본인을 “부안의 학수”라고 표현한 한 관객은 전북 부안 변산 해수욕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영화 ‘변산'(연출 이준익·제작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을 관람한 뒤 이준익 감독에게 이같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학수는 ‘변산’의 주인공 이름. 배우 박정민이 연기했다.
지난 25일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서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이 개막한 가운데, ‘변산’이 그 시작을 알렸다.
‘변산’은 배우 박정민과 김고은이 주연한 작품이다. 래퍼를 꿈꾸는 지망생 학수(박정민)가 고향 변산으로 향하면서 외면하고 싶었던 아버지(장항선)와 고향 친구인 선미(김고은) 미경(신현빈) 용대(고준) 등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변산의 붉은 낙조와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담뿍 담아냈다.
●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박정민_랩 #김고은_치유
‘변산’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김세겸 작가는 관객들과 변산 해수욕장에서 붉게 지는 노을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GV)를 이어갔다.
이준익 감독은 ‘랩’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것에 대해 “나이를 먹는 입장에서 과거의 청춘을 되돌아보는 것은 아름다운 면모도 있지만, 촌스러운 동네에서 아버지와 치고받는 ‘올드’한 이야기일 수 있어서 지금의 청춘과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하다가 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은 어려서부터 랩을 좋아했다. 영화 속 랩은 박정민이 직접 다 쓴 것이다. 랩은 박정민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다”며 “박정민은 정말 치열했고, 랩의 가사와 딕션 실력도 프로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프로에)도달했다“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김고은은 앞서 몇몇 매체 인터뷰를 통해 ‘변산’을 촬영하면서 치유를 받았고 ‘터닝포인트’를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아름다운 김고은의 마음과 선미라는 역할의 일치를 통해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한다”며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역할에 동화된 것도 있겠지만, 변산이라는 지역이 가진 힘도 하나의 이유였을 것 같다. 몸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카타르시스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고 했다.
●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영화란_삶의 무의식을 고백하는 행위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산에서 내려온 한 관객은 이준익 감독에게 “학수가 그렇게 싫은 고향에서 용대의 뒤치다꺼리까지 하게 됐는데 도망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준익 감독은 “장치를 설정하긴 했지만, 그렇게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학수는 선미의 ‘너는 정면을 안 봐’라는 말을 끊임없이 곱씹는다. 그러면서 피하고 싶은 상황을 마주하면 자신의 가능성이 펼쳐지지 않는 지점을 돌파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견뎌낸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부안의 학수”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한 관객은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어떤 상냥함과 친절함이 느껴진다. 흥행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과 별개로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너무 어렵다”며 웃은 이준익 감독은 “감독이 다 알고 찍었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는 감독이 아니라 작가와 배우, 스태프 등과 함께 하는 작업이다. 감독의 의도와 전혀 다른 때로는 더 높은 훌륭한 가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건 온전히 나의 몫이 아니다. 겸손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어떤 성과를 올린다고 해도 그걸 온전히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만이다. 나를 도와주는 여러 사람을 통해서 선물 받은 것이라 생각하면 작품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영화란 무엇인가, 의미와 가치, 무엇을 추구해야 하냐는 질문에 전혀 할 말이 없다. 영화는 그 사람의 삶의 무의식을 고백하는 행위“라며 “의도는 표면적이고, 결과적으로 줄거리나 사건 등과 상관없이 막연히 그 영화가 풍기는 향기와 색깔이 있다“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 “영화는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삶의 무의식을 고백하는 것이고, 영화를 보는 건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것이다. 영화의 고백과 맞닿는 걸 ‘공감’이라고 한다. 열 번 봐도 두근거리고 식지 않는 영화가 있다면 그 무의식의 고백과 내가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노을이 지고 바다와 파도 소리만 남은 변산 해수욕장에서의 모든 행사를 끝난 뒤 남은 관객들에게 “이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경험은 여러분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며 깊어가는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의 밤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 콘텐츠는 부안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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