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흥행 참패를 기록한 영화 ‘더 문’이 결국 개봉 3주 만에 VOD로 향하는 굴욕을 당했다. 작품 곳곳에 있는 신파 요소가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은 것. 억지로 눈물을 짜내며 감동인 것처럼 속이는 신파는 더 이상 한국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몸소 증명해 낸 ‘더 문’이다.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등과 함께 여름 텐트폴 한국 영화 빅4로 불리던 ‘더 문'(감독 김용화)이 25일부터 VOD 서비스를 시작한다. 극장 개봉 23일 만이다. ‘더 문’은 당초 한국 SF 영화의 희망으로 불리던 작품이었다. SF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에서 이런 장르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라는 응원을 받았고, 더욱이 쌍천만 시리즈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는 점에서 영화 팬들을 흥분케 했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 역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뀌는 데에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개봉 첫날엔 ‘밀수’와 ‘비공식작전’에 밀리긴 했어도 박스오피스 3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바로 다음 날엔 개봉한 지 만 두 달을 앞둔 ‘엘리멘탈’에 밀리는 굴욕을 당한 것. 개봉 3일차엔 일일 관객수가 5만 명 아래로 추락하더니, 1주일 뒤엔 아예 10위권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더 문’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 SF 장르적 특성에 초점을 두기보단, 감성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연성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처음부터 신파적 요소가 너무 강하다” “캐릭터들이 왜 우는지 공감이 안 된다”라며 작품의 비주얼은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감정적 벅참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전개가 아쉽다고 지적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런 신파가 먹히는 시기도 있었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 ‘신과 함께’ 시리즈들 역시 강제로 울음을 짜낸다는 비판을 받긴 했으나 두 작품 모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고, ‘해운대'(2009), ‘7번방의 선물'(2013), ‘국제시장'(2014) 등도 호불호 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신파는 대중의 마음을 설득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시야가 세계적인 범위로 넓혀지며 이 간극은 더 커졌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신파를 작품 속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 참패를 거두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2020년엔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전작 ‘부산행’의 반도 못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바 있고, 지난해엔 ‘비상선언’이 이름값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더 문’은 이런 대표적인 예시들이 있음에도 다시 한번 신파에만 초점을 맞추다 정작 중요한 ‘영화적 재미’를 놓쳤고, 결국 관객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말았다. 눈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 대중들에게 더 이상 단순한 신파극은 먹히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가 더 발전하려면,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들로 세계를 사로잡고 싶다면, 억지 눈물만 짜내는 평면적인 신파극은 지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더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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